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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시사 평론

교육이 무슨 70년대식 토목공사인가

by 네 오 2008. 1. 18.

요즘 이명박 당선자가 흔히 쓰는 말이 뭘까를 생각해보니 단번에 자율규제완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 그리고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자고 새면 사회 모든 분야에 규제를 풀고 자율을 주기만 하면 만사형통할 것처럼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모든 부분에 걸쳐 규제를 완화하고 자율권만 준다고 해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각종 난제가 마술처럼 술술 풀릴까...정말 이명박 당선자나 한나라당 그리고 인수위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가 어려우나 개인적으로 볼때 모든 부분을 너무 급격하게(!) 바꾸려고 한다는 느낌은 좀처럼 떨칠수가 없다.

 

특히나 요즘 한창 논란이 뜨거운 교육문제에 있어서 이명박 당선자의 소위 대학자율화와 자립형사립고 확충방침은 너무나도 성급하고 이후의 결과를 생각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여겨져서 지난 주말에 있었던 나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여기에 소개해보고 싶어졌다.

 

신년 모임에서 쏟아져 나온 교육정책에 대한 여러 의견들

지난 토요일 저녁이었다.

새해를 맞아 나는 선배들과 친구들과 함께 조촐한 모임겸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모임에 온 친구들 중에는 현직 고교 교사와 학원강사 그리고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을 둔 선배도 한 분 있었는데 삶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화제가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정책에 대한 말들로 옮겨가자 우리사회가 학력,학벌위주의 사회여서인지 아님 교육문제는 모두의 공통 관심사인지는 몰라도 다들 말들이 참으로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몇가지 의견만 여기에 옮겨보자면 학원강사를 하는 친구는 교육정책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대학자율화쪽으로 가닥을 잡고 자립형사립고가 늘어난다면 십중팔구 사교육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미 작년부터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원의 원장이나 주변학원 원장들이 모두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방침에 대해 커다란 기대와 함께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고 반면에 고교 현직 교사인 친구는 지금도 대학수능입시와 논술지도를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하기도 사실상 너무나 어려운데 여기에다가 대학별로 선발방식을 자율화한다면 일선고교에서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하고 각 대학에 맞는 충실한 진학지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사실상 이미 유명무실화한 공교육체계를 이명박이 완전히 붕괴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내 귀를 솔깃하게 만든 말은 바로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을 둔 선배에게서 나왔는데 처음 모임을 시작하고 한참동안 말이 없던 분이 과음을 하고 난 뒤  술기운이 조금 올랐었는지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 정책에 대해 열을 올리며 일장연설에 가까운 얘기를 꺼냈는데 그 내용인즉... 

"교육문제...좁게 말해서  대학 입시 문제는 어림잡아 50년은 묵은 난제중의 난제일거야...솔직히 여기 모인 나나 여러 후배들 모두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문제이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교육정책이 쏟아졌는지 모를 지경인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사회의 학력,학벌주의가 사라졌냐...얼마전에도 연예인이다 스님이다 무슨 미술관 대표에다가 대학교수들중 상당수도 학력위조를 할만큼 학벌을 중시하고 거기에 다들 목숨거는 사회가 우리 사회잖아...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짜증나고 답답한 것은 왜 정권만 바뀌면 최소 한 두번은 꼭 이놈의 교육정책에 손을 대려고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그러면서 항상 말들은 잘하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충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재수없게(!) 교육정책이 바뀌는 시점에 고3이 되는 자식을 둔 부모들 입장에서는 이거 전부 헛소리고 한가한 소리일 뿐이란 말이지...당장 어떻게 대학 입시전형이 또 어떤 식으로 바뀔지 불안하고 그저 답답하구만...결국 나와 같은 학부모나 우리 아들같은 고3 수험생입장에서 보자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공약이란 것들이 엄청난 혼란이고 그저 부담일 뿐이야...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대학의 서열화나 학벌위주체제의 현 사회분위기와 국민적 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교육이란 문제를 이명박 당선자는 마치 무슨 토목공사처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 이럴바엔 나는 차라리 기존의 대학입시제도는 당분간 그냥 일관되게 가고 우선 주변의 여건들...이를테면 사학재단의 비리를 감시할 수 있는 공인된 기관을 만들거나 법 제도를 마련한다든지 아님 훌륭한 교사를 양성하고 확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든지 하는 조치들이 선행된 뒤에 대학의 자율과 자립형 사립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후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정말로 이럴땐 내가 돈이 없는 것이 답답하고 한스럽고 아들놈한테 미안한 마음뿐이야...차라리 나도 남들처럼 빚을 내서라도 내 아들 조기유학부터 시키고 외국에서 대학진학을 시켰다면 이런 고민과 답답함은 없을 것 아닌가 말이야... " 뭐 대충 이런 식이었다.

 

선배의 애끓는 하소연(?)을 들으면서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공통된 심정이라 여겨져 그날 모임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얘기도중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연신 고개를 끄떡여 주어야만 했었다. 그렇게 신년모임은 끝나고 나는 집에 돌아오면서 선배와 친구들의 얘기를 여러모로 고민해 보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교육의 다양성이란 말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 

신년모임에서의 여러 의견들과 나의 학창시절을 곰곰히 돌아보면서 이명박 당선자가 주장하는 교육의 다양성이란 말에 대해서 갑자기 의문이 생긴 것이다.

나는 과거 학창시절에 과외지도와 사립학교 교생실습을 통해서 여러 학생들을 만나보았고 현재에도 많은 일선 고교 교사나 학원강사를 하는 친구들을 두고 있지만 정작 내 자신이나 그 친구들중에서 그 누구도 중고교 학창시절 왜 그토록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는지...그리고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무슨 일을 하겠다고 스스로 확실히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분명 아니었다는 점이 떠올랐다...지금와서 곰곰히 돌이켜보건데 부모님과 집안 어르신들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진로였지 나만의 독단적이고 장기적이며 넓은 시야를 가지고 결정을 내린 진로가 결코 아니었었다...

그리고 설령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에 공부를 하지 않고 대학이 아닌 다른 방면으로 가려고 했어도 거기에 맞는 충실한 정보를 주거나 나의 다른 숨겨진 재능을 조기에 발견하고 가르칠 교사는 정말로 없었다고 말이다...

그저 나의 주변에 있던 모두가 내게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는 꼭 가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들뿐이었다...

 

지금도 종종 조카뻘의 학생들에게 이런 문제로 질문을 던져보아도 대답은 항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이지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서 자신의 자아와 꿈을 실현하겠다고 말하는 학생은 불행하게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나 아주 극소수였다는 말이다!)

또한 일선교사들에게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겠냐고 물어보아도 교육의 다양성은커녕 모두가 중고등교육은 이미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코스 정도로 은연중에 생각하고 거기에 완전히 매몰되어 있음도 분명한 현실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 사회는 이명박 당선자처럼 교육의 다양성이란 말을 막연하게 자주 쓰기는 하지만 그 속에 포함된 진정한 의미는 그 누구도 경험하거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면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주장하는 소위 고교 특성화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자립형사립고 300개 확충방안과 대학별 자율화를 졸속으로 실시하려고 하기 전에 이런 부분부터 신중하게 따져보시길 여러분들에게 강력히 권한다.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대로 만든 자립형사립고에서 학생별로 잠재력과 창의력과 같은 부분을 키워줄 수 있는 진정한 교육의 다양성을 담보할만한 우수하고 능력있는 교사진과 교육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되었는가.

외국에서도 이런 내용의 교육프로그램과 교사진 양성은 정말로 오랜 시간과 교육정책상의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사회,문화전반에 걸친 국민적 토론과 의식의 개혁이 뒷받침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나는 알고 있는데 우리네 답답하고 획일적인 교육현실속에서 그동안 이런 준비가 사회적으로 착실하게 진행되어 왔었는가.

 

또한 대학별로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준다면 대학이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란 말인가. 

시험성적이 아닌 가령 예를 들어 예능적 분야나 특수한 재능들...이를테면 진짜 아이디어 뱅크라고 할 수 있는 창의력의 소유자나 기타 분야에서 특출한 잠재적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가려낼 것인가. 진정한 미래형 인재를 선발하려면 외국에서 실시한 영재프로그램을 어설프게 답습하는 것이 아닌 우리 문화와 사회적 정서에 맞고 해당분야에 적합한 여러가지 다양한 심층 선발프로그램의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데 이게 얼마나 많은 돈과 연구진이 필요한 과정인지 진지하게 고려해 보았는가...과연 현재처럼 사학비리로 얼룩지고 대학내 전체 강의의 대략 50%를 차지하는 시간제강사의 처우조차도 개선하지 않는 사립대학들이 과연 인간의 잠재력과 다양한 능력을 조기발굴하는 장기적이며 심층적인 선발 프로그램에 얼마나 투자를 할 여력과 의지가 있을까...거기에 덧붙여서 학생 선발 과정의 투명성도 학생,학부모,교사,대학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담보되어야만 할텐데 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또 어떻게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인가.

 

 

결론

이명박 당선자가 자주 언급하는 자율이나 규제완화라는 말...듣기에는 참 달콤하고 좋은 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교육과 같이 장기적이며 사회 모든 계층에 걸쳐 있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좀더 여론을 수렴하고 치밀하게 사전계획을 수립해서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좀 신중하게 나아가면 안되는 것일까.

지난 노무현 정부 5년동안 말로는 거창하면서도 실상 뚜껑을 열어보면 치밀하지 못한 내용의 정책들 때문에 사회적으로 숱한 소모적 갈등과 좌충우돌하는 모습들을 보아왔고 거기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던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그 속에서 정녕 아무것도 느끼거나 배운 것이 없단 말인가.

 

신년모임에서 만났던 선배의 하소연처럼 이명박 당선자는 교육이 무슨 70년대식으로 땅파고 삽질하면 바로 효과를 보는 밀어붙이기식(!) 토목공사로 보이는 것인지 나 역시도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서 자꾸만 묻고 싶어지는 중인데 말이다...

 

 

 

후기

지금 정말로 웃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다음 블로거 베스트뉴스 목록에서 갑자기 내려갔을뿐만 아니라 이 기사를 아고라 교육부문 토론방에 올리려 하니 내용중에 금칙어가 있다며 아예 글이 올라가지도 못하게 해 놓았는데 이거 명백한 사전검열 아닙니까...^^*

도대체 뭐가 두려워서 평범한 일개 시민이 쓴 글을 막아놓을까요?  ^^*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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