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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시사 평론

5년전 대선의 밤을 떠올리며

by 네 오 2007. 12. 20.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결국 한나라당 이명박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분석과 청계천 광장에 모인 이명박지지자들의 환호하는 모습을 TV로 보며 나는 문득 5년전 대선의 밤을 떠올리게 되었다.

 

5년전 대선때는 벅찬 감동과 기대로 밤을 새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2002년의 선거결과를 지켜보며 나는 환호했었다.

내가 선거기간내내 힘껏 지지했고 큰 기대를 걸었던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막판 극적인 역전승을 이루며 대통령에 당선되었기에 그 기쁨은 더욱 컸고 밤잠을 이룰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그토록 도덕적으로 한나라당의 이회창보다 우월하고 서민적 이미지를 가졌으며 정치적 일관성과 순수성으로 인해 천연기념물이라는 애칭까지 가졌던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자 순수했던 나의 기대를 조금씩 그리고 철저하게 저버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원가공개를 하겠다던 대선공약은 참여정부내내 지켜지지 않았으며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평균 3배이상 폭등해 서민들의 내 집마련에 대한 꿈을 좌절시키고 5년임기내에 빈부격차를 오히려 크게 가중시키고 말았다.

탄핵을 맞아 대통령으로써의 정치적 생명이 위기에 처했을때에도 촛불을 들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고 당시 소수였던 열린우리당을 힘있는 여당으로 만들고자 소중한 내 한표를 주저없이 던져 열린우리당은 당시 내 바램대로 국회내 과반수정당이 되었으나 그들은 참여정부내내 지리멸렬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던 소위 4대 개혁입법을 속시원하게 처리하지도 못했고 개혁의 순수성이 의심될만한 일들만 벌여왔다.  총선직후 김근태와 정동영이 통일부장관자리를 놓고 다투던 모습은 특히나 가관이었으며 또한 그들의 공약이기도 했던 부동산원가공개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처럼 또 한번 말로 끝나는 립서비스였음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그중에서도 나로 하여금 개혁의 순수성을 의심할만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건 다름아닌 노무현 대통령이었는데 바로 몇개월전까지도 자신을 탄핵했고 과거사의 정리대상이라며 적대시하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뜬금없이 제안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적 의도가 불순했다. 나는 그래도 당시엔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내가 절망을 느끼며 모든 기대를 접었던 때는 국민적 합의와 공론의 절차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한미 FTA를 보면서부터였다. 참여정부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랬고 외환위기로 인해 점차 심화되어가는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고대했던 내게는 한미 FTA는 그야말로 재앙이었으며 경제적 양극화해소는 이제 물건너갔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기대를 모두 접고 다시 돌아보니 노무현은 결코 서민적인 대통령이 아니었다... 

노무현대통령은 말로는 부동산을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5년내내 건설족들과 투기꾼들의 배만 채워주었으며 임기말이 되어서야 부동산 경기가 주춤해지자 그동안의 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듯 부동산 정책이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으며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온 시중자금이 이번에는 주식시장으로 모두 몰리면서 자금유동성이 심화되어도 별다른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금리인상을 부추겨 지금 이순간에도 서민들의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중이다. 

 

재벌들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규제라는 규제는 풀지 못해 안달했으며 툭하면 터져 나오는 재벌들의 편법상속,분식회계,불법 비자금과 같은 사건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거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다는 미명아래 사면권을 남발한 것도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대외적으로 미국에 대해 할말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너무나도 쉽게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라크.아프간등의 위험하고 명분없는 전장에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을 스스럼없이 보낸 것도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과거사 정리를 부르짖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철저히 입을 다물었고 한편으로는 진보를 외쳤으나 진보세력이 요구했던 경제적 양극화해소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철저히 외면했으며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진보들에게 일장의 훈계와 비판을 가하며 진보를 비웃고 물먹이며 1차적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에게 철저한 대책없이 보상금을 운운하며 정확한 피해규모와 예측, 실상등을 알리지 않은 것도 과거 군사정권이 아닌 참여정부때의 일이라는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하다.

 

이런 일련의 모든 일들을 돌아보면서 민주,개혁,진보,복지,통일과 같은 소중한 가치와 뜻있는 단어들을 진부하고 비전없는 이상론이나 소모적인 개념으로 인식되게끔 만든 것은 정말로 노무현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대선 결과방송을 보면서 느끼는 참담함과 우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5년전과는 달리 너무 많이 변한 것 같다.

도덕적인 순수성이 밥먹여주는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고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겼던 노무현이 한 일들이 서민들에게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다고 절치부심하며 차라리 도덕적인 기준은 떨어지더라도 능력면에서 탁월한 듯 보이는 이명박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길만큼 우리네 삶이 5년전보다도 훨씬 힘들어졌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 되었다. 

 

아마 이런 이유들로 많은 분들이 이번에 이명박을 지지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이명박이 싫다. 

 

그의 발언과 행적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이명박 당선자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낙태발언, 맛사지걸 발언, 중견 연예인에 대한 발언, 대학 등록금의 과중함을 호소하는데 대한 장학금 발언, 노조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의 친기업적편향성등은  가만히 살펴보고 종합해볼수록 평범한 서민인 내게는 정말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대외적으로도 친미적 성향을 공공연히 보였던 한나라당의 대표답게 국익을 빙자하며 미국에게 노골적으로 굽실거릴 것이고 자연히 대북관계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때와는 사뭇 달라질 공산이 크다.

정치적으로는 BBK나 도곡동 땅투기,위장취업,위장전입과 같은 도덕적 결함으로 인해 야당으로부터 그리고 나와 같은 평범하지만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많은 이들의 반발과 불복종으로 끊임없이 정권의 정통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만든답시고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의 효율과 유연성을 내세우며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할 것이며 일자리를 늘리되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파트타임이나 계약직 일자리를 대폭 늘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난 생각한다.

 

이렇게 걱정과 우려를 하다보니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도저히 혼쾌하게 축하할수가 없다.

다른 이들이 뭐라 하든 내가 사람을 보는 기준은 돈도 아니고 능력도 아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약자를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인가가 내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나는 우리 사회 갈등의 근본원인은 돈이나 정치적인 문제보다도 기본적인 도덕이 무너지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면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완전히 자격미달이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가슴이 터질만큼 답답하고 참담함을 느끼며 결국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에게 바란다

그토록 바라던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세상이 다 내것같고 1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니 기쁨이 한량없겠으나 이것만은 분명히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대선에 표를 주지 않은 이들이 40%에 육박하며 또한 표를 던진 이들 중에서 50%이상은 이명박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향후 국정에 임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번 대선에서 5백만표이상의 유의미한 득표로 압승을 했으나 벌써부터 TV토론에 나와 거만을 부리고 BBK특검을 발목잡기라고만 주장하는 모습들은 심히 역겹고 부답스럽다.

BBK검찰 수사결과발표를 믿지 않는 이들이 60%를 넘고 있고 정황상 전후사정을 고려해봐도 이명박 후보가 100% 무관하다는 말은 나부터도 믿을수가 없기에 이왕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에 최대한 협조해서 모든 의혹을 털고 가기를 부탁드린다.

 

또한 대통령 후보로써 여러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만큼 이명박 당선자 본인부터 언행에 좀더 신중하시길 바란다. 

 

이명박 당선자는 청계천을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말하고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지만  난 그 이면에 청계천 복개공사로 인해 거리로 내몰린 숱한 노점상과 상인들의 거취가 몹시 궁금하다. 지금 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생활을 꾸려갈지를 말이다...

그런 면에서 향후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를 좀더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서민취향인줄 알았던 노무현 대통령도 서민의 기대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한미 FTA를 추진하고 이랜드 사태에서 보듯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는데 그보다 더욱 친기업적이고 사회적 배려가 없어보이는 이명박당선자가 펼쳐가는 세상은 더욱 그런 흐름들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정말로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아무런 기대나 부푼 희망없이 가슴한켠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를 올린듯 답답하기 그지없는 심정으로 밤을 새게 될줄은 5년전 그때에는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 5년전에는 이 땅의 민주주의의 발전과 서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거라고 믿었으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밤을 지샛다면 이번엔 깊은 우려와 걱정으로 밤을 새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도 내가 태어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그 안에 속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럽고 처량해지는 건 나만의 심정일까...모두가 마음속으로 진정 탄복하는 존경할만한 대통령을 우리는 언제쯤 가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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