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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시사 평론

불법 폭력 시위가 문제의 본질인가

by 네 오 2008. 1. 16.

어제와 오늘에 걸쳐 다음블로거 뉴스의 메인에 걸린 글을 보니 경찰이 지정한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시위대에게는 전기총과 물대포를 비롯한 강경한 진압수단과 함께 현재의 진압형태의 대응방식에서 검거위주형태의 대응방식으로 바꿀 것이라는 경찰의 방침에 대한 비판글들을 보았다. 그런데 해당 기사의 댓글들을 찬찬히 읽어보니 대부분 불법 폭력시위는 무조건 안된다면서 불법 폭력시위를 하지 않으면 경찰이 검거를 하지 않을 것이며 무리한 진압도 없을 것이란 아주 순진하고 원론적인 의견을 피력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무조건 불법 시위는 폭력이 들어가서 싫다고 한다면 우리사회의 다른 보이지 않는 폭력들에 대해서는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고 계시는지 물어보고 싶어져 몇자 적는다.

 

오늘 내가 말하고픈 주제는 바로 폭력의 유형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내에서 폭력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폭력의 유형 

1. 이데올로기형 폭력

이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구태중 하나인데 이를테면 정치적 반대세력을 특정 이념과 결부시켜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는 형태이다.

우리나라처럼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사회적 분열이 점차 심화되거나 국토가 남북으로 갈라지고 거기다가 이념적으로 전혀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서로 상대를 주적으로 규정하고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것처럼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위기의식을 끊임없이 조장함으로써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방식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김대중정부와 노무현 정부 내내 한나라당은 툭하면 친북좌파라는 말로 정부를 공격했는데 바로 이런 행태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을 조금만 규제해도 친북좌파요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위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도 무조건 친북좌파였다. 심지어 이명박 당선자는 선거기간중 미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번 대통령 선거는 친북좌파와의 대결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했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40년간 반민주적인 독재정치가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사회 모두가 너무나도 만성이 되었는지 별로 열을 올리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모두 좌경용공으로 몰아붙이는 것만큼 손쉽고 광범위하며 가공할 폭력이 또 있을까.

 

2. 제도형 폭력

이것은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폭력행사를 법제화시켜 권력의 폭력을 합리화시키는 형태이다.

사회의 질서를 위해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나 의사표현자체를 불법화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탄압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을 원천적으로 시위를 할수 없게끔 국회를 통해 불합리하게 개정하거나 바로 지금처럼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정하고 무조건 시위의 종류와 이유에 관계없이 선을 넘으면 검거하겠다고 하는 방식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분명히 강조하지만 시위대의 폭력이 우선이 아니라 그전에 경찰이 시위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나 시위의 성격,목적등을 고려하지 않은 원천적 봉쇄를 일상화해온 숱한 역사적 전력이 있었으며 그 결과로 더욱 강렬한 시위대의 저항과 폭력적 대응방식이 생겼음을 간과하고 무조건 불법폭력시위만 문제삼는 행동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3. 정보형 폭력

모든 국민에겐 소위 "알 권리"가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권리이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에서는 특정 보수언론이나 정부의 해당관련부서의 입김에 의해 정보가 통제되고 독점되며 여론을 특정방향으로 호도하고 있다.

소수의 특정세력이 오랜 시간 정보를 독점하게 되면 그 다음엔 필연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조작을 한다. 바로 여기서 국민들이 시시비비를 가릴 자유권은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국민의 "알 권리"는 철저히 외면당하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너무나 사례가 많겠지만 대표적으로 예를 들면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추진 과정과 자유무역협정의 향후 결과에 대한 예측이나 지금 한창 말많은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거대한 국가적 사안에서 보여지는 보수언론들의 여론몰이식 보도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끔찍한 정보형 폭력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인수위의 언론간부성향파악이라는 사안도 정보를 독점하고 여론을 왜곡하려는 폭력에 해당하며 그런 의미에서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님을 특별히 강조한다.

 

4. 문화형 폭력

우리 모두는 TV,인터넷,신문,라디오등을 통해 매일같이 쏟아지는 매스컴의 상업주의와 말초적인 성문화에 무차별적인 정신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인터넷등을 접속하거나 TV를 켜 보면 온통 쇼 프로와 연예기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 안에서 하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회성 신변잡기형 얘기와 가만히 생각해보면 별로 웃기지도 않는데 깔깔거리고 웃고 있는 인기 연예인들..그리고 거기에 동조하는 방청객들의 모습과 도대체 어느 방송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자주 보이는 틀에 박힌 메인 MC들의 얼굴과 음성들은 징글징글하고 지겹기까지 하며 TV드라마에서는 툭하면 불륜에 삼각관계나 출생의 비밀을 다루고 과도한 성적표현과 노출로 말초신경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는 중임에도 아무도 이런 종류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함을 모르는 것인지 아님 일부러 무시하는 것인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너희는 사회와 국가가 어떻게 되든 말든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고 지친 하루의 힘든 심신을 이런 식으로 달래는 것이 최상이라고 말하는 듯이 매스컴은 오늘도 맹렬히 우리를 향해 질러대고 있다. 도무지 진지할줄 모르고 사회의 장래를 염려하지 못하는 생각없고 이기적이며 쾌락적인 인간을 만드는 데 우리 대중문화는 아주 충실하게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는가... 

 

5. 경제형 폭력

이것은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생기는 경제적 불평등에서 생기는 폭력을 의미한다.

소위 재벌들이 기업의 경영 투명성에 대해서는 분식회계,편법상속, 불법 비자금, 정치 사회 고위층 로비에서처럼 시쳇말로 개판을 치고 있으면서도 친기업적 문화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뻔뻔하게 목청을 높이는 것이나 노동의 유연성을 들먹이며 비정규직을 끊임없이 양산해서 국민들의 최소한의 경제적 생존권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정부가 한술 더 떠서 시장의 질서를 공정하게 바로잡지는 못할망정 경영의 투명성 하나도 재고하지 못하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기업의 편만 들어 친기업적 정부를 표방한다는 것은 완전히 작당을 했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평범한 시민들에겐 대단히 위협적이고 경제적 생존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임을 왜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결론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과연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일까. 

흔히 민주주의는 국가와 시장과 시민사회의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이루어질때 더욱 발전하고 성숙한다고 말한다.

1960~80년대 후반까지 우리 사회는 군사정권의 독재아래 국가주도형 체제를 경험했으며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시장의 주도아래 이루어지는 사회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시민사회가 주체로 나섯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며 국가와 시장과 같은 다른 주체들에게 정당한 견제와 감시를 행하지도 못해 왔었다. 위에서 내가 제시한 폭력들은 모두 국가나 시장이 지금도 공공연히 저지르고 있는 것들이며 여기에 대해서 시민사회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정당한 자기 표현의 항의수단이 집회와 시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대단히 불합리하게 개정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여전히 전폭적이고 정당한 취급을 받지 못한채 불법적이고 부당한 것으로만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다수 민주주의 체제가 발전한 국가들에서 보여지듯이 시민사회의 역할과 영역은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21세기 민주주의사회에서 시민들 개개인의 의사표현과 권리는 점차 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대한민국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집회를 꺼리며 통제하는데 여념이 없는 듯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경찰의 폴리스라인 지정과 그것을 넘어서는 시위대에 대한 검거 방침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심각한 도발이자 결코 좌시할수 없는 제도적 폭력이란 점이 문제의 본질이며 마지막으로 불법시위를 문제삼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원론적으로 폭력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 어디에도 없다는 점과 다만 눈에 보이는 시위대의 직접적인 폭력에는 모두가 그렇게 민감하게들 반응하면서 위에서 열거한 더 광범위하고 무자비하며 그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적이며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관대하고 너그러운지를 나는 진실로 묻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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