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거 뉴스]/생활 & 문화

미국 친구들이 말하는 한국,한국인

by 네 오 2009. 1. 6.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 끝나고 2009년이 시작된지도 벌써 수 삼일입니다. 이처럼 세월은 어김없이 흐르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련만 한국의 정치를 비롯한 제반 상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다시 회귀하려는 듯 보여져서 멀리서 지켜볼 때 심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평상시같으면 새해 이맘때에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야겠지만 한국의 상황을 냉정히 가늠해볼때 마냥 낙관적인 소리만 하고 있을수는 없는 시점이라는 생각에 오늘은 다소 불편한 이야기를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미국인 친구를 만들고 싶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려고 선택한 장소중 하나가 바로 교회입니다. 물론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종교는 카톨릭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개신교회가 주류이며 유럽에 비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가지고 있기에 원어민의 영어를 배우기에도, 또한 전형적인 백인들의 문화를 익히기에도 교회만한 장소는 없다는 생각에 학기중에도 2주에 한번은 교회를 나갔었고, 방학이후에는 매주 참석하여 백인 목사의 강론을 듣고 성경공부와 토론 그리고 초등학교에 아직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돌보아주는 파워 키즈라는 프로그램에도 참가를 하고 있습니다.  

 

                                                                    방학 이후 주일마다  글쓴이가 다니는 교회의 전경과 간판의 모습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마크와 그의 여자 친구 리사

  

  오늘의 주제는 바로 그곳에서 사귀게 된 경제학도 마크라는 청년과 제가 개인적으로 돌보아주는 슈나이어라는 여자아이의 할아버지 에드워드가 보는 한국,한국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주전 , 그러니까 2008년이 아직 끝나지 않은 토요일 저녁의 일입니다. 마크가 일요일인 다음 날 제가 돌볼 슈나이어와 파워 키즈 프로그램에 대해서 의논할 것이 있다고 글쓴이를 집으로 초대를 했었고 간단한 차와 함께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 얘기를 진행하면서 미국의 인기 스포츠중 하나인 프로 농구를 시청하다가 채널을 돌리던 중 문득 한국방송이 있는 채널에서 우리는 숨을 죽이며 화면을 멈춘채 어떤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TV에서는 야당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소위 MB악법을 저지한다며 국회회의장을 점거하고 문을 닫아 걸었고 여당인 한나라당의 사무직원들은 해머까지 동원해 문을 때려부수고 있는 광경이었는데 솔직히 그 장면 보면서 어찌나 부끄럽고 낯이 뜨겁던지 글쓴이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숨길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더군요...

 

   아니나다를까, 마크의 표정은 비웃는 것인지 아니면 놀랐다는 것인지 알수 없는 이상야릇함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서둘러 마크의 손에서 리모콘을 빼앗아서 다른 채널로 방송을 돌리며 딴청을 부렸는데 글쎄 이 친구가 이러는 겁니다.

         좀전에 나온 장면 니네 나라 얘기지?...   하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할 수 없이 맞다고 수긍을 하고 방금전에 네가 본 문제의 장면에 대해서 무슨 할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마크가 하는 말이...

         뉴욕 타임스를 통해서 이미 저 소식 나는 알고 있다며 자기도 처음엔 무슨 갱들의 싸움이나 B급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인 줄 알았다나요.

   그러면서 뭐가 재밌었는지 갑자기 씨익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웃는 순간 부끄러움과 동시에 약간 기분이 상한 글쓴이는 서둘러서 네가 신문에서 읽고 뉴스로 본 상황들은 한국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지 일상다반사는 결코 아니라고 했더니 이 마크라는 친구가 또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근면하고 똑똑하며 워낙에 수완이 좋아서 미국에 오면 다른 민족들보다 금방 적응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은 자신들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항상 목소리가 크고 자기 주장들이 워낙에 강하며, 자기 취향이나 목적에 맞는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 경향이 너무나도 심해서 미국 이민자 사회에서도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민족은 단연코 한국인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그 말을 들으니까 나도 모르게 정말 기분이 더러워져서 그것은 일부 몰지각한 한국 사람들 얘기라고 강하게 반박했더니 이 미국인 친구가 단박에 하는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미국 여느 도시의 거리에 한국인이 입주를 해서 슈퍼라도 하나 열게 되면 그 옆에 위치한 비슷한 업종의 상점을 하는 다른 이민족들은 한결같이 이제 우리장사는 시쳇말로 다 망했다고들 말한답니다. 이 말은 그만큼 한국인들이 장사 수완이 좋다는 의미겠지요. 그러나 그런 한국인의 수완에 의해서 해당 거리가 길목이 좋고 장사가 잘된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한국인이 입주를 하고 근접한 장소에 또다른 슈퍼를 세우는데, 그때부터는 주변 이민족들이 하는 말이 이제 우리는 살았다는 것이랍니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개개인으로 보았을땐 대단히 훌륭하나 둘 이상이 모이고 이해관계가 다를땐 서로를 헐뜯거나 의견일치가 안되며 사사건건 충돌을 빚다가 공멸한다는 것을 그들이 오랜 체험으로 느껴서 나온 말이라는 점에 생각이 미치자 저는 할말을 잊고 말았습니다.

 

   글을 여기까지 읽고 나서 지금 한국에 계시는 어떤 분들은 극히 일부의 시각을 전체로 환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글쓴이가 범했다고 히실 분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어떨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주일마다 돌보는 슈나이어라는 여자아이의 할아버지인 에드워드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에 미국 백인 중산층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인데 이 분도 이런 말을 합니다. 한국인들은 자기 주장들이 너무 강해서 타민족과 자주 마찰을 일으켰으며 그로 인해 과거 LA 흑인폭동과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고 말입니다. 당시 에드워드가 이 말을 했을 때 저는 흑인들이 비겁하게도 이민사회에서 가장 힘 없고 만만해보이는 한인들의 상가만 공격했다고 따졌는데 글쎄 이 양반이 이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파워 키즈 프로그램 포스터와 나무 위에 걸터 앉아있는 슈나이어 

 

비디오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슈나이어, 한국전쟁 참전용사이며 영등포와 한강을 기억하고 88 서울 올림픽 당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는 그녀의 할아버지 에드워드.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인에 대해서는 꽤 많이 알고 있다는 자부심과 실제로도 한국인을 아주 좋아하는 그이지만 종종 이해할수 없는 면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렇게 따진다면 한국인들보다 훨씬 먼저 미국에 정착했었고 2차대전 당시에는 미국과 적대국이었던 관계로 미국 사회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일본인 이민자들은 왜 한국인들처럼 자기 목소리를 점차 키우지 않았었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한국인들보다 일본인들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아주 높으며 경제력도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런 쪽으로는 깊이 경험하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당연히 일본의 국력이 우리보다 앞서니까 굳이 우리처럼 강하게 나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고 반박했지만 이 부분에서 에드워드의 대답은 확고하더군요...

 

   자신은 한국전쟁에도 참전했었고 지금의 서울 영등포와 한강을 아직까지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으며 일본에도 과거 여행차 여러차례 갔었는데, 2차대전 패망후나 지금이나 별다를 것 없이 일본인들은 자기주장을 백인사회에 강하게 어필하지도 않고 무던히 참으며 상대를 기분좋게 만들어서 결국 자신들의 의도대로 굴복시킨다는 것입니다. 소위 상대에게 지는 척 해주면서 결국 이긴다는 말을 일본인들은 아주 잘 실천하고 있다고나 할까요...하지만 한국인들은 돈이 조금만 모이고 지식면이나 사회적 위상이 조금 높아졌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에 여념이 없었는데 솔직한 자기 심정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같잖아서 봐줄수가 없을때가 종종 있었다는 겁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글쓴이는 내심 울화가 치밀면서도 한편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상한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이곳 토렌스에도 수많은 한인교회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에 이주한 일본인들 중에도 개신교 신자가 상당히 많은데 그들은 아무리 돈이 생기고 집단을 이루어도 자신들만의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미국 백인들의 교회에 나와서 그들과 융화되어 잘 지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점들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마크나 에드워드의 말 그대로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일본인보다 훨씬 폐쇄적이고 집단주의적이며 소위 말하는 우리끼리만의 패거리 문화에 지나치게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제가 에드워드에게 반박한 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워낙에 과거 우리나라가 가난했었고 힘이 없는 국가이다보니 주변국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할까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미국 이민사회에서 한가닥 자존심만이라도 지키려고 하려다보니까 그렇게 비춰진 것이 아닌가 하는 점과 지금의 한국에 사는 젊은 세대는 또 다르다고 말입니다.

  

   물론 미국 친구들에게 그렇게 설명하던 저 역시 아주 오래 전부터 블로거 뉴스를 통해서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보고 있는 입장이기는 합니다.

 

   이 시점에서 고질적인 병폐를 다신 한번 연출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새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준 쓰레기만도 못한 한국 국회와 정치인들(특히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그리고 한국사회의 여러 병폐는 제가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비판과 지적을 하고 계시지만 이곳 인터넷...구체적으로 아고라와 블로거 뉴스를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자신들과 반대되는 글이나 의견에 대해서 현재의 막가파식 정치를 맹비판하는 여러분들은 통상 어떻게 반응하지요? 항상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어느 일방향의 목소리를 키우고 기성정치권과 하등 다를바 없는 막가파식 ,배째라식의 화법으로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으며 상대를 괴롭히지 않았나요? 정말 논리적이고 원대한 시각으로 반박 의견을 쓰거나 상대방의 반대 의견중 그래도 경청할만한 부분이 있다고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을 한국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솔직히 저는 별로 보지 못하였습니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미국인들에게 위에서 말한 주제파악(?)을 못하는 한국인의 모습으로 비췄다고 말하면 제가 너무 과대해석한 것일까요? 이런 잘못된 한국인들의 의식과 행동들은 새해인 2009년부터는 조금씩 고쳐나갔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오늘의 글을 썼습니다. 제 글이 혹시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으례히 그랬던 것처럼 악성댓글을 달기 전에 한국사회에서 왜 건전한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 것인지 그리고 왜 토론에서 항상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만 얘기하다가 시간을 보내는지 여러분 모두가 깊이 생각해보시고 새로 맞이한 2009년인 올해부터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오프라인이 아닌 이곳 인터넷상에서만이라도 볼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치렵니다.

 

  

 

후기:   흥미로운 점은 에드워드는 한국 방송을 TV를 통해 간간히 시청하다가 어떤 주제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을 선보였었는데 그 얘기는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