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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사회 비평

수화방송 문의 에피소드-사회적 무관심 이면에 또다른 문제도 살펴보자

by 네 오 2008. 1. 29.

세상을 살다 보면 문득 자신의 무관심함을 새삼 느낄때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동안 무관심했던 부분들에 대해 반성하거나 이후에 그 부분에 대해 좀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시나요...

아님 개인적 이유로 생활에 매몰되어 관심을 가질 틈조차 없으신가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원론적으로나마 무관심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되지 않냐는 대답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외적이거나 특수한 경우에는 단순한 무관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에 깨닫게 되었는데 오늘은 그 얘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지난 일요일의 에피소드입니다.

성당에서 종종 마주치지만 그리 친하진 않은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가 요즘 청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수화를 배우는데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미사중간에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되면서 새삼 그를 다시 보게 되었고 또 한편으론 제 자신의 무관심함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었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그 친구의 남다른 열정을 생각하며 주일의 남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날 저녁에 TV를 보다가 문득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TV방송에서는 수화방송을 얼마나 자주 하고 있는 것일까...

저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단 인터넷을 검색해서 각 방송사의 TV방송편성표를 조회해 보았습니다.

 

 ⓒKBS1TV와 2TV의 방송 편성표 상단의 모습

 

ⓒMBC TV의 모습

 

ⓒSBS TV의 모습

 

ⓒEBS TV의 모습

 

방송편성표 조회와 방송사에 직접 문의를 해보다

우선 방송편성표를 살펴보니 KBS, MBC, EBS는 자막방송이나 수화방송에 대한 표시가 있었으나 SBS는 아무런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엔 각 방송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수화방송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보다 확실하게 알아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우선 KBS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뉴스 프로그램 위주로 수화방송을 하는데 그것도 모든 시간대의 뉴스는 아니고 시간대별로 날마다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확정된 답변은 해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자막방송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음은 MBC에 전화를 넣었는데 KBS와 흡사한 대답을 들었고 단지 좀 더 자세한 부연설명...이를테면 국제적인 큰 중계방송이나 뉴스속보에는 수화방송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답변을 추가로 들었습니다. 

SBS는 방송편성표상에서부터 자막,수화방송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었을뿐만 아니라 글쓴이의 의문점에 대해서도 가장 불성실한 답변으로 임했으며 그저 오후 6시30분~6시50분대의 프로와 오후 9시대의 프로는 자막방송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할뿐 수화방송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EBS는 방송편성표상에는 수화방송 표시가 있었으나 현재 수화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하기사 EBS는 시청률이 워낙 저조한 교육방송이니 타방송사보다 더 낫기를 바란 것은 어쩌면 제 지나친 욕심이었지도 모릅니다.

 

 

자막 방송에 관련된 기기 구입처를 알아보다

어쨌거나 방송국의 수화방송은 상당히 열악한 상태이며 방송편성표를 확인하니 그나마 자막방송이 상당수 눈에 띄어서 이번엔 그 방면으로 조사를 한번 해보았습니다.

 

TV로 자막방송을 보려면 일단 자막방송기가 달린 TV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제가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국내에서 가장 큰 두 전자업체( 삼성,LG )의 대리점에 문의를 했더니 자막방송기가 달려있는 TV가 있기는 하지만 새로 출시되는 TV조차도 자막방송기가 달리지 않은 TV기종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TV에 자막방송기를 설치할수도 있냐고 문의를 했는데 따로 기존의 TV에 설치하는 자막방송기를 생산하지는 않고 있다는 대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쇼핑몰도 뒤져보았는데 자막방송기를 팔거나 구입했다는 얘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즈음에서 궁금증이 더욱 커진 저는 이번엔 청각장애인협회에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문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기존의 구형TV에 설치할 수 있는 자막기를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냐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국내에서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이 대체적으로 몇 명이나 되는가였습니다.

 

그랬더니 협회의 답변이란 것이 첫번째 질문은 농아인협회의 소관이라고 하고 두번째 질문은 자신들이 알려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니까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열람하라고 대답하더군요...

 

다시 농아인협회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더니 즉각적으로 제게 청각장애를 가졌냐고 되묻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고 여러모로 궁금해서 전화를 드렸다고 했더니 청각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증명할 경우에 한해서 자막방송 기계를 농아인협회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청각장애인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따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하는 청각장애인임을 증명하는 복지카드가 있는데 그것만 제시하면 자막방송기를 무료로 배급한다고 하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접속을 했는데 청각장애인들의 수를 알아보기 위한 통계자료를 찾을수가 없어서 일단 콜센터로 전화문의를 했더니 장애인정책팀이란 곳의 소관이라면서 다른 전화번호를 안내합니다.

그래서 다시 그곳으로 문의를 했는데 대뜸 제게 인터넷이 되냐고 반문을 했습니다.

 

이미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통계검색에 한차례 실패했었기에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이렇게 전화로 문의를 드렸다고 말했더니 어이없게도 담당자라는 분의 답변이 인터넷을 접속해서(!) 장애인부문으로 들어가서 검색하라고 하는 동문서답격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어디에서 전화를 하는 거냐고 꼬치꼬치 제게 따져 묻는데 솔직히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국내에 청각장애를 가진 분이 몇 명이나 되는가를 물어보는게 무슨 국가적인 일급기밀도 아니고 고급정보도 아닐텐데 왜 저럴까하는 생각만 강하게 들었습니다...

 

만약에 인터넷이 안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거나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식의 무성의한 답변을 한다면 그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런 식으로 민원업무를 보니까 탁상행정,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같은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 보건 복지부 홈페이지

보건 복지부 홈페이지의 장애인 업무 등록지침에서 내가 원하던 통계자료를 찾아 내었습니다.

문제는 자료가 엑셀로 작성이 되어 있어서 엑셀을 모르시는 분들은 자료검색이 쉽지 않게 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컴퓨터(엑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자료검색을 아예 하지 말라는 얘기일까요...

 

 

후기

방송 3사에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방송을 알아볼때는 사실 단순한 궁금증차원에서 문의를 넣게 되었는데 첫 단계에서부터 알 수 없는 장벽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방송 3사 모두 편집국으로 연결을 해주었는데 한결같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으며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신 분이냐고 저의 신원부터 확인하고 따져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 대리점 영업사원의 답변도 자막방송기가 달린 TV기종도 있다는 정도였지 실제 자막 방송기가 달린 기종을 정확히 분류하거나 제시하지 못했으며 TV속에 들어있는 자막 방송기에 대한 부대지식은 아예 전무하다라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하게 했습니다.

 

청각장애인 협회에서도 청각장애인들의 통계에 대해서 어디선가 압력을 받고 있는지 한사코 청각장애인들의 대략적인 인원수를 밝히길 꺼려했으며 농아인협회나 보건복지부에게 물어보라는 말로만 일관했습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여러 단계의 문의과정을 거쳐서야 저는 농아인협회라는 곳을 비로소 알게 되어 문의를 하게 됐고 자막방송기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보건 복지부의 홈페이지에서도 청각장애인들에 관한 통계를 확인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으며 전화문의에 대한 답변 역시 무성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문의를 하면서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그들 모두가 왜 청각장애인도 아닌 일반인이 이런 문제에 대해 이토록 관심을 기울이냐며 의아하고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관련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인색했으며 그 덕분에 제가 관련정보를 알아보느라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부터 저는 우리 사회가 진정 성숙하고 민주적인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우선 소수 의견자나 사회적 약자...

이를테면 장애인들에 대한 의견수렴이나 배려가 꾸준하게 유지되는 곳이어야 한다고 여겨 왔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반인이 그분들에게 좀더 관심을 가지려고 해도 위에서 제가 말한 경우처럼 해당 정보를 접하기조차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리고자 하는 관련 종사자들의 의식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대한 배려나 관심을 갖자는 말들은 그저 반쪽짜리(?) 미사려구일뿐이란 점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자막 방송 문의에 얽힌 이번 에피소드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장애인들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와 더불어서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좀더 원활한 관련정보의 개방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논의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데 이 글을 보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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