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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사회 비평

왜 멀쩡한 인도에 갑자기 차량 진입 방지대를 설치했을까

by 네 오 2008. 1. 8.

2008년 새해도 벌써 7일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여러분들은 새해에 세우셨던 계획들을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아님 벌써 작심삼일이 되고 있나요...

 

이 글을 쓰는 저나 여러분같은 개개인도 새해를 맞으면 으례히 계획을 세우듯이 국가도 1년 단위로 세우는 계획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예산일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작년에 하고자 했던 일들을 이루었던 그렇지 못했든간에 그 결과가 새해의 계획수립에 일정부분 반영이 되듯이 국가..좀더 범위를 좁혀서 지역구나 지자체의 작년 예산 집행결과도 올해의 예산편성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러분도 흔히 경험하듯이 연말을 기점으로 해서 지자체마다 멀쩡한 인도의 보도블럭을 교체한다든가 하는 전시행정으로 해당지역에서 미처 집행되지 않고 남아있는 예산을 소모하고 새해 예산안에 그 결과를 반영하게 하고자 하는 구태를 흔히 목격하곤 하는데 바로 이런 부류의 문제를 제가 새해 년초부터 경험한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에 여러분들의 의견을 구하고자 오랜만에(?) 펜을 들었습니다.

 

제가 문제를 제기하려는 부분은 작년 연말을 맞아서 멀쩡한 인도에 갑자기 차량 진입 방지대가 세워졌다는 것인데 왜 이것이 문제인지를 지금부터 찬찬히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약도를 보아주십시오.

 

제가 문제의 장소로 지목한 곳은 금천구 독산동 300-21의 가산얄개길에 있습니다.

 

이 곳은 가산 중학교와 홈 플러스 그리고 현대 아파트를 끼고 있는 2차선 도로옆의 인도를 포함하고 있는데 바로 이 인도에 갑자기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해서 차량 진입 방지대가 설치되었다는 점이 영 석연치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몇 가지 근거를 들어서 제가 품은 의문점에 대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문제의 인도와 차량 진입 방지대의 모습

 인도에 설치된 차량 진입 방지대의 기둥 밑부분을 보면 아직 거뭇거뭇한 시멘트 자국이 차량 진입 방지대가 설치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멀쩡한 인도에 갑자기 차량 진입 방지대를 설치했다고 의문점을 제기하게 된 근거들

1. 학교앞 도로(안전 구역)이다

우선 해당 2차선 도로에서는 차량들이 절대로 속도를 낼수가 없습니다.

우선 사진을 보아주십시오.

학교앞 천천히라는 도로위의 단어가 말해주듯이 이 길은 안전구역으로 지정이 되어있는 곳입니다. 

거기다가 경사가 약 30도 가량 있는 곳이라서  도로에 진입하는 차량들이 무턱대고 속도를 내기도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차량 진입 방지대가 설치된 인도와 학교벽 너머로 가산 중학교가 보인다. 

 문제의 인도를 위쪽과 아래쪽에서 각기 찍어 보았다. 경사가 상당해서 차량이 오르기가 만만치 않고 속도를 내기도 부담스러운 곳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곳을 자주 다니는 주민의 한 사람인 제 입장에서 볼 때(은행과 홈플러스같은 마트를 이용하기 위해서 자주 다닌다.) 이 길에서 차량과속으로 인한 사고는 근 2년 사이 한번도 목격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2. 인도의 턱 높이도 결코 낮지 않다.

도로가 안전구역에 속하고 차량이 속도를 내지 못하더라도 자동차가 인도로 침범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인도의 턱높이가 상대적으로 높다면 안전구역에서 서행운전하는 차량의 경우 거의 인도의 턱에서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림짐작으로 인도의 턱높이가 얼마나 될까 손가락으로 치수를 재보았습니다.

손가락으로 대충 인도의 턱높이를 재 보았다. 엄지와 가운데손가락을 펼쳤는데 평면이 아닌 위에서 보는 모습이라서 사진화면상으로는 별로 높아보이지 않지만 한뼘을 훌쩍 넘기는 높이였다.

 

 

그래도 미심쩍어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서 집에 돌아와서 자를 가지고 엄지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의 한뼘 길이를 한번 재 보았습니다.

자로 길이를 재어보니 최소 20cm이상의 높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높이라면 학교앞 도로처럼 평소 과속을 하지 않는 차량들이 만에 하나 인도로 진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인도의 턱에 걸려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3. 2차선 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경찰서(독산 지구대)가 있다.

더구나 위에 약도에서 보여지듯이 해당 2차선도로가 시작되는 지점...그러니까 학교 밖 인도 바로 맞은 편에는 경찰서(지구대)가 있어서 평시에도 해당 도로변에 순찰차가 한 두대 가량은 다니고 있고  경찰들이 수시로 도로순찰을 돌고 있기 때문에 차량들이 더더욱 속도를 내거나 인도를 침범할수가 없는 곳이란 점입니다.

 

 문제의 인도와 경찰서(지구대)의 모습..그리고 순찰차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이 기사를 보시는 혹자는 학교앞 인도에 차량 진입 방지대를 만들어 놓은 것은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조치이니 그리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고 하실 분들도 분명 계시리라 여겨집니다. 그런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학교밖 인도에 차량 진입 방지대를 설치하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하고 좋은 일일 것입니다.

 

4. 인근 도로와의 안전성과 형평성 문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의문이 강하게 드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게 차량속도제한과 인도의 턱높이가 제법 되고 해당도로 바로 맞은 편에 경찰서(지구대)가 있으며 사고 위험이 거의 없는 2차선 도로옆의 멀쩡한 인도에는 지난 연말을 맞아서 갑자기 차량 진입 방지대를 설치했으면서도 바로 문제의 2차선 도로위에 위치한 또 다른 2차선 도로는 아직도 그냥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것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입장에서 볼때엔 정말로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점입니다.

 

다시 약도를 보아주십시오.

 

 

제가 처음 문제를 제기한 2차선 도로옆의 인도는 청록색 부분으로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보시는 2차선 도로는 지구대를 기점으로 2차선 도로와 맞닿아 있는 위쪽의 2차선 도로를 의미하며 이 도로의 인도부분은 주황색으로 표시를 했습니다. 지도에서 보여지듯이 해당 2차선 도로에는 버스 정류장도 있고 차량도 많이 다니며 시장(독산 우시장)도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많습니다.

 

다시 사진을 보아주십시오.

 

경찰서(지구대)가 보이고 바로 옆의 아파트 단지 앞의 인도에는 턱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차량 진입 방지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어디가 인도인지 차도인지 분간이 안 가게 되어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앞의 차도에는 그래도 차량 진입 방지대가 있어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가지만 해당 도로의 윗부분... 사진속에서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습니다.

 

약도에서 주황색으로 표시한 해당장소의 모습입니다. 2차선 도로인데 차도만 있지 인도가 어디인지는 아무 표시가 없어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 밑에 사진을 보아주십시오. 여러분은 어디서부터가 인도이고 차도인지 명확히 구분이 가십니까. 만약 이곳에서 사고가 난다면 여러분은 어디서부터 인도라고 말하시겠습니까...

2차선 차도 위를 한 아저씨가 차량이 다니지 않는 틈을 이용해 서둘러 걸어가고 있는 모습. 왜 이곳에는 차량 진입 방지대 설치나 최소한의 인도표시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설마 아스팔트 도로옆의 시멘트로 된 한줄의 좁은 영역이 인도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런 일련의 의문에 대해서 해당 구청에 문의전화를 했더니 처음엔 교통지도과를 연결시켜 주었는데 문제의 장소와 제가 품었던 의문점들을 차례로 얘기하자 갑자기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면서 토목과나 행정과로 물어보라는 겁니다. 다시 해당부서에 전화를 넣고 똑같은 질문을 했더니 서로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며 누가 설치했는지 잘 모른다면서 끝내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생각할수록 정말로 어이가 없는 건 그렇게 서로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말하면 해당 장소의 차량 진입 방지대는 그럼 유령이 와서 설치했단 말입니까...

 

 

 

지난 몇년간 연말만 되면 멀쩡한 인도를 들어엎는 구태는 의식있는 많은 시민들과 디지털,휴대폰 카메라의 대중적 보급으로 인해서 점차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시민의 입장에서 볼때 대단히 환영할만한 발전이겠으나 연말을 맞아 갑자기 멀쩡하고 사고위험이 거의 없었던 학교 앞 인도에는 보란듯이(!) 차량 진입 방지대를 설치하면서도 정작 차량 진입 방지대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바로 위편의 도로는 방치하는 구태의연한 소위 예산털기식(?!) 전시행정...

 

다시 말해서 해당지역 주민조차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런 식의 연말용(!) 전시행정으로 인한 예산의 낭비( 결국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는 지금도 여전하며 한편으로는 그 방법들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듯( 스쿨 존에 안전 조치를 취한다는 허울좋은(?) 명분을 내세우며 연말을 맞아 서둘러 예산을 털어버리는 전시용 교통행정! ) 해서 새해 년초부터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 도로를 지나갈때마다 자꾸만 불쾌한 심정이 드는데 여러분은 이 기사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여러분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혹시 이와 비슷한 사례를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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