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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사회 비평

생활정보지 구인광고 얼마나 믿으십니까

by 네 오 2007. 11. 19.

여러분은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의 구인광고를 얼마나 믿으십니까.

 

사무직 사원이나 상담사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놓고 채용한 다음에는 사무직이 아닌 영업이나 판촉을 시키고 애초 명시했던 정기급이 아닌 실적급으로 일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제 어머님이 최근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연로하신 분이 어럽게 찾아간 모양인데 크게 속는 기분이 들어 그냥 왔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날을 잡아 문제의 회사를 제가 직접 가보았습니다...

 

 

 

 

 

 

제가 생활정보지에 나와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하고 해당회사에 가보니 50여명정도의 주부들과 아저씨들이 섞여서 앉아 있고 (대부분이 주부였습니다!) 정수기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한창 설명회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직,상담사원을 해보려고 왔다고 하니 담당직원 한명이 따로 자리를 내서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담당직원에게 저는 이런 쪽의 일은 처음이고 무엇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아무 문제가 없다며 내일부터 이곳으로 출근을 해서 전화를 받아주는 일과 전화를 통해 정수기를 사라고 권하기만 하면 된답니다. 제가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을 가져와야 하냐고 물으니 그럴 필요는 없고 소정의 약정서를 작성하라며 A4용지 크기의 종이를 한장 내미는데 간단한 인적사항..예를 들어 주소와 연락처같은 것들을 적게 되어 있었습니다.

 

약정서를 작성하며 정말 광고대로 월 200만원을 주냐고 물었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그것만 해서는 돈을 전부 받지는 못하니 정수기 판매 영업을 병행해서 한달에 5대 이상을 팔면 얼마씩 실적수당을 더 준다고..그리고 계속 일을 잘하면 근속수당이 늘어 광고에서 말했던 것보다 훨씬 돈을 많이 받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런 직무상의 얘기들이 궁금해서 여러모로 물어보고 있는 중에도 이 사람이 정수기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하며 집에 한대 들여놓고 사용하면서 주위분들에게 권하는 영업방식을 행하면 재택근무도 가능하다며 정수기를 하나 구입할 것을 은근히 권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고 그냥 전화상담이나 사무직일만 하고 싶다고 했더니 잘해보자며 내일부터 나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날은 허무하게 지나갔습니다. 저는 이미 마음속에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큰 맘먹고 다음날에도 그곳에 가보았는데 어제 보았던 광경과 똑같은 설명회가 한창이고 저에게는 전화로 정수기를 판촉하는 노하우를 전수한다며 정수기에 대한 설명을 한다고 하는데 이건 아무리 보아도 정수기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정수기를 한대 사라고 부추기는 겁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정수기에 대한 기능이나 내부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보다는 이 정수기로 걸러낸 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는 말만 계속하면서 자신들도 집에 회사 정수기 하나씩은 들여놓고 있다며 이 회사 상담직원이라면 당연히 정수기를 집에 놓고 몸소 체험해보는 것이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데도 최선이라나요...

 

그러면서 구인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계속 오고 있는 중이니 정수기설명회를 그 사람들과 계속 같이 들으면서 정수기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오늘 일과를 보내라고 하는 것을 보며 저는 주저없이 다음 쉬는 시간을 틈타 집에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광고에서 말하던 월수 200만원보장이나 사무직,상담사원을 채용한다는 말이나 초보나 재택근무도 가능하다며 선전하더니 실제 만나보니까 무슨 설명회를 들어라... 영업을 해라...집에 정수기를 한대 들여놓으라고 하는 식의 엉뚱한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이력서를 그렇게 허술하게 작성하는 회사가 어디에 있겠습니까...분명 신종 다단계회사라는 심증이 굳어졌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해당회사를 신고했습니다...그러면서 문득 요즘 뉴스를 통해 종종 10대 청소년들이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구인광고를 믿고 일을 하다가 임금 체불이나 애초 명시한 금액이 아닌 저임금으로 노동력착취를 당한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어 기가 꽉 막히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네 사회가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을수가 없습니다.

 

요즘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청년실업자가 100만이네 난리들이고 경제적 양극화때문에 사회가 시끄러운 이때...

어려운 가정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어머니와 같은 주부들이나 연로하신 분들을 현혹하는 이런 회사가 있다는 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은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에 나온 구인광고를 어디까지 믿으시나요...

 

 

 

후기

직접 겪어보니 이 문제가 결코 단순하지 않은 듯 해서 아직 사회생활에 미숙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려는 10대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나 가계를 위해 부업을 고민중인 주부들님에게 몇가지 조언를 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1. 회사에 대한 정보나 근로조건을 반드시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회사가 속한 건물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2. 이력서를 작성할시 계약조건을 꼼꼼히 살펴보세요...특히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시고 조항을 꼼꼼히 살펴본뒤 사본은 잘 보관하시길 바랍니다.

3. 이렇게 일을 시작했어도 애초 계약과는 다른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하므로 도중에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노동청이나 해당부서에 신고를 해야 자신의 권리도 찾고 제3의 피해자를 막을수 있음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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