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거 뉴스]/사회 비평

아이들이 사라져버린 놀이터

by 네 오 2007. 11. 10.

아파트 단지를 가보면 흔히 보게 되는 공간이 하나 있다. 그곳은 다름아닌 어린이 놀이터인데 그동안 어린이 놀이터에 관한 기사는 거의가 시설물들이 어린이에게 위험하다거나 모래가 중금속으로 오염되어 유해하다는 내용들뿐이었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얼마전까지는 어린이놀이터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라면 위에서 언급했던 문제들을 먼저 떠올리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집을 알아보느라 시간날때마다 주변의 아파트단지를 살펴보다가 문득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가 이상하게 느낀 점은 놀이시설의 위험성이나 노후함보다는 어린이놀이터에 정작 주인공이랄수 있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평일 오후시간..초등학교 방과후 하교시간에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사실이다. 우선 사진을 보시길 바란다...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C아파트단지내 놀이터이다 .오후 4~5시경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한명도 없다.>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B아파트 단지내 놀이터의 모습>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D아파트 후미의 놀이터 모습>

 

분명 시각은 오후 4~5시경이니 방과후 초등학생들이 보여야 하는데 한명도 눈에 띄질 않는다... 

 

나는 그래서 아이들이 방과후 놀이터에 오지 않게 된 이유를 구로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나름 짐작해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1. 학원으로

<아파트 단지내에 상가에 위치한 사설학원으로 향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

 

그렇다면 놀이터에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미 여러분들이 짐작하신대로 학원으로 향하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음악학원 ,미술학원,태권도 도장등등의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니 평일 오후에 놀이터를 갈 시간이 자연히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여러분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이쯤에서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간다.

 

2. 학교 앞 문구점 미니 게임기로

 <학원으로 바로 향하지 않은 친구들은 학교앞 문구점에 설치된 미니게임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도로 위를 보면 학교앞임을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두명의 초등학생이 미니 게임기(뽑기게임 포함) 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

 <두명의 친구중 한명은 30여분간 게임에 열중하더니 학교앞 문구점을 떠났으나 나머지 한명은 그후에도 20분이 지나도록 미니 게임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기다림에 상당히 힘을 빼야만 했다.>

 

이틀간에 걸쳐 이 곳을 살펴본 결과 초등학생 특히나 남학생들이 미니 게임기앞에서 발걸음을 많이 멈추곤 했다. 또 다른 사진을 보아주시길...

<이번엔 문구점이 아니라 학교앞 수퍼의 모습이다. 여기에도 미니 게임기가 있었는데  남학생이 게임을 하려고 동전을 찾고 있고 옆에 있는 여자친구는 긴 빨대로 남학생의 머리를 건드리며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3. pc방으로 

학교 앞 문구점 미니게임기에 열중한 아이들을 보자 나는 문득 동네 pc방에도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번 들러보았는데 아직은 좀 이르다면 이른 오후 3시경이라 pc방자리가 거의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운데 초등학생 둘이 자리를 잡고 게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나 역시 컴퓨터 게임을 명목으로 자리를 잡고 아이들을 지켜보았는데 게임을 하다가 잘 되어가는지 둘이 하이파이브를 하려는 모습을 찍었다. 사진이 흔들린 이유는 pc방 주인이 필자가 어느 기관에서 조사를 나온 줄 알고 적극 제지를 하는 바람에 어쩔수가 없었다. 사정을 설명했지만 쉽게 믿어주지도 않아 솔직히 애좀 먹은 장면이다.>

 

 

내가 학교앞에서 아이들을 따라다녀본 결과 요즘 초등학생들은 방과후 참 바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각종 학원을 가야 하고 중간중간 자신들의 놀이욕구도 충족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아파트단지내 놀이터보다는 학교를 나서게 되면 곧바로 만나는 문구점 미니게임기앞이나 동네pc방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그리고 요즘 뉴스보도 내용을 생각해보라. 아이들이 게임중독이다 TV시청을 너무 오래한다는 말을 수시로 듣고 있지 않은가...

 

만약 내가 본 위에 장면들이 지금의 추세라면 아파트 단지내 어린이 놀이터라는 공간은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점점 사장되어가는 공간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 나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서울에 수없이 많은 아파트 단지내 어린이 놀이터가 점점 아이들이 없는 공터가 된다면 이건 또 얼마나 심한 공간적 낭비인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평일내내 거의 놀고(?) 있는 장소가 되어가는 어린이놀이터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방안은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최근 강남,송파에 새로 지어졌고 이제 막 분양을 시작한 아파트단지내의 공원을 둘러보며 다행히도 그 해답을 일부 얻은 듯 해서 여기에 소개하기로 했다..

 

 

 

어린이놀이터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1. 모든 세대를 위한 놀이공간으로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모 아파트단지의 놀이터 모습이다. 미니축구장과 농구장을 겸해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용할수 있게끔 되어 있다.>

 

 <이 아파트 단지내에는 국민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배드민턴 연습장도 있었다. 배드민턴 연습장 뒤로 보이는 건물이 새로 지어진 초등학교건물이라고 하니 정말 인상적이지 않은가.>

 

 

2. 노인과 주부를 위한 운동시설공간으로 

평일에 아이들이 학원공부나 게임때문에 놀이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반면에 주부나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집밖에서 쉴만한 공간이 많지 않다. 저출산 노령화사회라는데 차라리 평일에 텅텅 비어가는 어린이놀이터대신 이런 운동시설을 갖춘 쉼터는 어떨까...

 

 <송파구의 모 아파트 단지의 운동시설에서 열심히 몸을 푸시는 아주머니의 모습>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신축 D아파트단지내의 놀이시설의 모습. 할머니 한분이 놀이터 주변을 열심히 걷고 계시다 . 시간은 오후 4시경>

 

 

 3. 어린이놀이터 시설의 현대화

그래도 이 글을 읽는 혹자는 아이들에게 놀이공간이 정서상으로나 기타 여러 이유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아이들에게 놀이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신다면 좀더 개선된 형태의 놀이터를 나는 권하고 싶다.

방송이나 뉴스,기타 언론매체를 통해서 아이들의 눈높이는 이미 높을대로 높아졌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말이다.

 

기존의 어린이놀이터에서처럼 시이소나 미끄럼틀, 그네를 타라고 하면 우리네 어린 시절처럼 반색을 하며 아이들이 달려들지는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아이들 놀이터도 유료공원에 있는 시설물처럼 꾸며줄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파트 단지 중간쯤에 위치한 분수대이다... 이곳을 지나 안으로 조금 들어가보니 어린이놀이터가 나왔다...> 

< 어린이 놀이터의 모습...정글집이 무슨 배 모양처럼 꾸며져 있고 옆면에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그림도 붙어있다.>

 

이렇게 현대적인 모습의 놀이터에서 나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 여자아이들을 발견했는데 모래를 한쪽에서 퍼내면 다른 두명이서 컨베이어밸트를 손으로 돌려 모래를 다른 쪽에 쌓는 그런 놀이였다. 가만히 보니 협동심도 키우고 나름 힘도 꽤나 쓰는 놀이같아 몇장면 올려본다.

 

<세명의 여자 아이들이 열심히 모래 나르기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결론

어린이 놀이터 문제를 살펴보면서 내가 느낀 점은 아이들의 놀이 문화나 생활패턴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네 어린 시절에는 아파트단지내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가 마냥 신기했었다. 지금처럼 방과후에 사교육에 매몰되어 곧바로 학원으로 가지도 않았었고 놀이터만큼 놀기 좋은 공간이 따로 없었기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시쳇말로 살았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였다.

 

그 반면에 정말로 서글프고 가슴아픈 현실이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은 방과후에도 학원에 가서 장시간 지내야만 하고 그만큼 놀이터에서 머물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만약에 그래도 시간이 난다면 학교앞 문구점 미니 게임기라든가 동네PC방에서 혹은 집안에 앉아 TV나 컴을 보며 시간을 보낼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흐름들은 현실적 시각으로 보았을때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주로 거론된 어린이 놀이터 시설의 낙후라든가 모래의 중금속오염 논란들은 어쩌면 이미 시기가 지나버린 논의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우리가 논의해야 할 부분은 어린이놀이터의 유해성이나 위험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그보다는 저출산 노령화사회를 맞아 이미 아이들이 떠나버리기 시작한 어린이놀이터를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좀더 다양하고 넓은 연령층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쪽에 더욱 무게를 주는 것이 어떨까... 

새로 지어지는 신축아파트의 입주자들로써 아이를 가진 분들이라면...그리고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거주할 예정인 분들도 이런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어린이 놀이터의 공간 재활용문제...과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후기

어린이 놀이터 문제에 주목하고 조사를 시작해보니 범위가 너무 넓어 내가 사는 주변지역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아야만 했다.

나는 주로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 방면의 놀이터를 살폈으며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는 놀이터의 모습은 주로 강남 그중에서도 송파구의 아파트단지를 위주로 돌아보았다. 시간은 초등학교 방과후 오후 1시부터 5시사이로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기사를 작성하느라 워낙에 지역적인 제약이 있기에 혹시라도 여러분이 사는 동네와는 조금 사정이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건 위에서도 분명히 언급했듯이 우리네 사회에서 아이들이 놀이터에 갈 시간 자체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놀이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기존의 어린이놀이터는 공간적인 측면에서 뭔가 시급한 개선이 분명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물망초님 배너2

 

 

 

 

Daum 블로거뉴스
이 글에 공감하시면 네모안 엄지를 눌러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