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마을버스안에서 저는 두명의 젊은 남학생을 우연히 보았는데 만약에 무심코 지나쳤다면 뒷모습은 여자로 착각할만큼 머리가 길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머리뿐만 아니라 귀걸이를 했고 버스창가로 스미는 밝은 햇빛아래 비치는 얼굴들을 살펴보니 화장까지 한 것을 보고서 저는 눈쌀을 찌푸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싫었던 건 이들이 이처럼 곱상한 외모에 자못 여성스런 분위기(화장,귀걸이등)를 연출하면서도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야 ㅇㅇㅇ야!, 아이 씨ㅇ..등등의 비속어를 쉴새없이 남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요금계산으로 운전기사와 다투는 아주머니에게 주목하는 틈을 타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들의 긴머리와 여성스런 차림을 보며 문득 저 역시 머리가 요즘 많이 길었다는 생각에 그 길로 동네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잘랐는데 여자 미용사가 머리를 자르며 하는 말이 제 피부가 너무 건조하고 푸석하다며 피부관리 차원에서 팩을 몇번 받아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태껏 얼굴과 피부에 바르는 거라곤 로션과 스킨밖에 없는 저로서는 쑥쓰럽기도 하고 조금 무안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사양을 하며 이발소를 나섰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남자들이 화장을 하고 피부나 외모를 좀더 여성스럽게 하는 것이 아주 일상화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친김에 마트에 들러 남성화장품코너를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남성의 화장이 보편화되는 사회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듯 아예 남성코너를 따로 차릴만큼 남성화장품 종류가 정말로 많더군요...
<마트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찍다가 주의도 한번 먹었습니다.>
하기사 요즘 방송이나 뉴스를 보아도 툭하면 동안이란 단어를 남발하고 중년남성들까지 주름살 제거를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한다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는 말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시절인데 이런 부분에서 제가 너무 무심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면서 집에 돌아왔지만 내심 영 달갑지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들에게 멋있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라고 여기지만 남자의 화장은 아직도 왠지 거북합니다. 생물학적으로도 여성과 남성은 분명히 다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최근 TV방송(KBS 1TV 남성의 몸)에서도 잘 보여주던데 사회적으로 성역할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한술더떠 남자들이 화장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 별로 자연스럽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여성들이 외모가 곱상하고 화장을 하는 남성들에게 크게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선호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화장을 한다는데 이것도 일종의 사회적 붐일까요...
그렇다고 외모도 능력이라는 시대에 남자가 외모를 가꾸고 신경을 쓰는 것이 결코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여성들처럼 화장을 할만큼 외모에 신경쓴다면 그만큼 자기 내면의 소리에도 귀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라는 겁니다. 외모를 여성스럽게 꾸미기보다는 그에 앞서 사회에서는 맡은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모든 일에 비겁하지 않고 당당하며 가정에 돌아가서는 살림도 손수 할수 있는 남자...저는 그런 남성이 이상적인 남성이고 그게 진짜 남성의 미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제가 너무 보수적인가요...
어쨌거나 저는 우리네 사회 대부분의 남성들이 피부관리나 화장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만 하고 사회적으로 이토록 외모지상주의에 몰두하던 시기가 또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몇년 안가서 남성들의 구매선호품목에.... 예를 들어 멋진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처럼 남자들이 필수적으로 화장대를 구입해야만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던 저녁이었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분은 화장을 하는 남성들이 보기 좋으신가요...아니면 저처럼 아직도 약간은 거부감을 가지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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