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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생활 & 문화

살림하는 남자 어떻게 보세요

by 네 오 2007. 10. 30.

저는 어제 저녁 어머니와 함께 마트에 갔습니다.

계란 두 판과 닭 두마리,우유,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아이스크림과 감자를 조금 샀는데도 6만원 가까이 돈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물가가 정말 가파르게 오름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저는 남자이지만 집안살림을 도맡아하는 것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고 요리라든가 청소,빨래를 하게 되면 먼저 손을 걷어붙이고 나서곤 합니다...

 

 

물론 제가 이렇게 나름 집안살림에 열성과 흥미(?)를 가지게 된건 어머니의 교육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 집은 아들,딸 구분없이 무조건 집에 일찍 들어오는 사람이 밥도 하고 반찬도 하게끔 어머니가 세뇌교육(?)을 아주 철저하게 시켰기 때문이지요.

특히나 집안 청소에 대해서는 정말 엄격하셨습니다...자신이 사는 공간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정신이 온전하게 산다고 말이죠...

 

생강이나 콩나물을 다듬는다거나 마늘까기같은 일들은 은근히 손도 많이 가고 나름 집중력을 요하는 일입니다. 

또한 날이 추워지고 김장김치라도 담그는 날이면 꼬박 하루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는 사실도 어머니를 도우며 매번 느끼는 일입니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전기청소기를 돌려 집안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먼지를 빨아들이고 걸레를 빨아 마루바닥을 쓱쓱 문지르며 집안 청소를 하다보면 한 두시간은 훌쩍 지나갑니다.

거기다 일주일간 밀린 빨래..특히 이불빨래나 요즘처럼 환절기를 맞아 겨울옷들을 꺼내고 여름철 입은 옷들을 옷장에 정리하는 일들도 제대로 시작하면 하루 반나절은 족히 걸리는 만만치 않은 일들입니다....

 

저는 이렇게 집안일을 하다보면 일명 가사노동이란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노동임을 절실히 느끼곤 한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가끔씩 저는 바깥일보다 이렇게 집에서 살림을 하는 전업가장(?)이 되고 싶다는 상상을 할때가 있습니다.

가족들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었다가 대접하고 수시로 집안의 분위기도 바꿀겸 청소도 하고 이곳저곳 정리도 하면서...시장에 가서 물건값 흥정도 하고 정겨운 사람들 모습도 대하면서... 이 모든 일들이 아주 보람있는 것이란 생각이 강해서 말이지요...

 

그러나 저의 이런 생각은 다른 이들에게는 선뜻 말하기도 거시기한(?) 그런 주제라는 게  오늘 말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선뜻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우리네 사회는 살림하는 남자를 그리 좋게 보지는 않는듯 해서입니다.  가부장적 분위기가 아직도 팽배해서일까요...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이 능력없고 할일없는 남자들이 집안에서 살림을 한다는 생각이 무척이나 강한듯 싶었습니다.  

 

왜 우리네 사회에서 여자는 당연히 집안에서 해야 하는 살림이 남자가 하면 문제가 되고 이상한 시선을 의식해야만 할까요?

아무리 바깥에서 일을 하고 들어오는 직업여성이라도 집안살림을 소홀히 하면 여자는 주변으로부터 따끔한 비판을 받지만 남자가 살림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여자만큼 비판받지 않는 것도 다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추석때만 해도 여성분들이 명절증후군에 관한 글들을 블로거뉴스에 많이 올리시던데 이것도 남자들이 살림에 너무 무심한 사회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의 경우만 해도 어머니가 시장에 가시면 자주 따라나서는 편이지만 종종 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이런 말을 듣곤 하니까요.

 

"아드님이 참 가정적인 분이시군요..요즘 어머니따라 시장오는 아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 참 효자시네요..." 라고 말이죠.

 

그런데 저는 이런 말들이 참 이해가 안됩니다.  남자가...다 자란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따라 나서는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일일까요?  같은 경우라도 딸이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나섰다면 이런 과분한 칭찬을 듣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듯 싶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이건 좋게 생각하면 아주 좋은 칭찬이지만 어떤 분들은 묘한 시선으로 뚫어지게 저를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람이 육감과 느낌이란게 있잖아요... 그 눈빛은 남자가 오죽 능력없고 할일없으면 시장을 따라오느냐...그리고 혹시 저 친구 마마보이가 아닌가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 가끔은 얼굴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이거 당해보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은 그런 시선입니다...이거 나만의 자격지심일까요...

 

어쨌거나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보시는 분들이 있다고 해도 저는 어머니를 따라 앞으로도 계속 시장이나 마트에 갈 생각입니다.

 

효도라는게 부모님께 돈 많이 벌어다 드리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어머니와 같이 시장을 보면서 정다운 교감을 나누고 집에 와서 요리만드는 일들이나 청소를 하며 나누는 대화가 어머니의 기분을 편안하고 좋게 만들수도 있다고 저는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녁 한번쯤 남성분들도 어머님이나 아내를 따라 시장가서 장을 보아다가 간단한 요리 하나라도 만들어 가족에게 선보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야 자주 시장에 가서 장을 보아 오는 저같은 남성들을 보는 시선도 점차 여자들이 장을 보는 것처럼...

점차 당연한 일을 대하는 무심한 시선으로 바뀌지 않겠어요?   

 

그나저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살림하는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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