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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생활 & 문화

여러분 가정의 통금시간은 몇시까지입니까

by 네 오 2007. 10. 18.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존경하는 선배를 만나서 저녁을 같이 했습니다.

그 선배와 나는 나이차가 8년이나 되지만 벌써 20여년간이나 알고 지낸 나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며 가족들에 대한 얘기..그리고 지난 추억들에 대한 얘기를 하며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얘기 말미쯤 되자 선배가 이런 말을 내게 한 것입니다. 사실 선배가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답니다..

 

선배의 고민은 다름이 아니라 선배에게 딸이 있는데 이 딸이 요 근래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부쩍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심지어는 외박하는 일이 잦아져서 선배가 몇번이나 주의를 주고 타일러도 보고 야단도 쳐보았지만 오히려 반발만 사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가뜩이나 세상이 흉흉해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잘 알고 있듯이 여대생 납치살인이니 초등생 성추행이니 하며 딸을 가진 부모님들을 죄인 아닌 죄인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요즈음 ...선배의 고민은 단순히 조언을 하고 끝날 수 있는 성질의 고민은 아닌 것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선배가 갑자기 내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자기 딸에게 내가 좋은 식으로 충고를 좀 해달랍니다...선배가 내게 이런 개인적이면서도 특별하다면 특별한 부탁을 할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나는 선배의 따님을 잘 아는 편입니다. 과거 선배의 집에 가서 밥도 얻어먹고 선배를 대신해 따님의 공부도 자주 봐주곤 했기 때문에 몇년전까지만 해도 가끔 전화하면 내게 삼촌이라며 어리광을 부리곤 했던 여자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다 커서 대학생이라니..한편으로 내가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고 있구나 하는 격세지감과 함께 선배의 따님에게 어떤 조언을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나의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내 어린 시절만 해도 사회적으로는 통금이란 것이 있어서 자정이 되기 전에는 어쩌든지 집에는 귀가를 해야만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침에 출근하는 가족들에게 하는 인사가 일찍일찍 귀가해서 통금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이었던 것을 난 지금도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내가 국민학교 6학년쯤  되자 통금은 사라지고 밤새껏 돌아다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상태로 변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부모님들이나 가정에서는 통금시간이란 것이 존재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나의 어머님은 보수적인 분이셨습니다. 아들이건 딸이건 늦은 시간 귀가를 절대 용납하지 않으셨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게 들어오거나 외박을 할일이 생기면 미리 전화를 드리든지 아니면 며칠전부터 그 사실을 거듭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해야만 했었는데 그때에는 어머님의 그런 모습이 참 답답하고 불만스러운 시절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혹시나 집에 연락을 못하거나 해서 늦게 되면 적어도 며칠은 말도 한마디 안하실 정도로 자식들을 엄하게 대하셨습니다. 당시에 나는 어머님의 방침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머리로는 어머니가 나를 걱정해서 그러리라  짐작했지만 크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불만은 한참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아지는 시기가 학창시절인데 귀가시간을 어머니가 너무 제약한다고 여겨져 당시만 해도 빨리 어른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하루빨리 자립을 해야지 하는 마음도 무척 강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뭐든지 내 마음대로 될줄 알았는데 정작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오히려 어린 시절이 행복했음을 깨닫게 된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돌이켜보면 그때의 어머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머님은 항상 내가 바른 길로 가기를 바라셨고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사고를 너무나 염려해서 그토록 귀가시간을 엄히 지키라고 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단순하고 피상적인 생각이 아닌 깨달음의 차원으로 변하면서 당시 귀가시간에 대해 품었던 나의 불만들이 참으로 철없는 것이었구나 하는 반성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어머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던 그때가 참으로 행복했으며 그 시절이 너무나 짧아서 지나가고 나면 참으로 후회할지도 모를 일은 만들지 말아야한다는 절실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바로 이런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일까요...

 

아마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는 귀가시간이 너무 늦다거나 해서 부모 자식간 갈등이 생기거나 나름대로 가정의 통금시간이란 것이 분명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런 부모님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을때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들을 하십니까?  부모님이 너무 구시대적이라고 느끼시나요? 부모님이 자식을 못믿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혹은 이제 나도 커서 세상에 나가 자립하려는 의지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여기시나요?...

 

그럴때는 정답은 아니겠지만 이런 생각을 해보시길 조심스럽게 권합니다. 귀가시간을 언급하시는만큼 여러분을 염려하고 조금이라도 사랑을 줄 시간을 벌기 위한 부모님의 작은 암시라고 말이지요..^^* 그런 면에서 오늘 하루 30분만이라도 일찍 들어가 밥상을 차려 부모님을 대접한다든가 어머님의 어깨를 주물러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부모님의 마음을 한순간이라도 편하게 해드리는 것...그런 게 바로 효도가 아닐런지요...

 

요즘 사회가 참 각박하고 흉흉합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집밖에 나가 늦은 시각까지 연락이 없으면 걱정하지 않는 부모님은 거의 없을 지경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회가 보다 건전하고 바른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서 세상 모든 자식을 둔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살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꿈꿔봅니다...

 

그나저나 선배님 따님에게 이런 식의 조언을 하면 선배의 따님은 제 말을 잘 이해하고 선배님의 뜻에 잘 따라와줄까요? 

결국엔 각박한 세상을 핑계삼아 따님에게 일찍 들어오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겠지만 기분이 참 씁쓸해집니다...

여러분들은 더 좋은 의견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은 귀가시간이 어떻게 되시나요....여러분 가정의 통금시간은 몇시까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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