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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사회 비평

장자연 자필 공개 논란,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

by 네 오 2009. 3. 15.

 엇그제부터인가 각종 언론 매체의 한 꼭지를 차지한 소식은 단연 장자연이라는 여배우의 자살 이후에 소위 성 상납과 관련된 그녀의 자필 문건이 공개되었다는 뉴스인 모양이다. 그리고 다음 블로거 뉴스에서도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이나 주장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논란에 대해 회의적이어서 그 이유를 몇자 적어보려고 한다. 

 

 올초부터 연예계에는 핵폭탄(?!)과도 같은 소식이 있었는데 바로 톱 스타 전지현 씨의 휴대폰 복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서부터 소속사와 톱 스타간의 역학관계 등등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온갖 소문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고 사건의 해결도 점차 미궁속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관련 기사: 전지현 휴대폰 복제 사건, 미궁에 빠지나 )

 

 휴대폰 복제 사건에 휘말린 톱 스타 전지현 ⓒ다음 이미지

 

  이런 중차대한(?!) 사건이 이처럼 요상하게(?) 풀려가는 이유야 피해 당사자인 전지현 씨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속사 대표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들이 흘러 나오기 때문인데, 왜 전지현 씨가 이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지는 여러분 모두가 짐작하시다시피 톱 스타와 소속사간의 이해 관계가 깊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서 이미 서로가 감정상으로는 시쳇말로 뭐(?!) 같겠지만 현실적인...정확히는 서로간에 이해 득실과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쌍방이 한발씩 물러나는 모양새임은 누가 보아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제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몇 해전, 우리네 연예계에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던 또다른 일련의 사건을 이미 경험했었는데 이른바 연예인 X 파일 사건을 여러분은 기억하시는가...  

모 기획사가 작성했다는 연예인 X 파일의 모습 ⓒ구글 이미지

 

  당시 한국내 최대 규모의 모 광고 기획사가 연예인들의 개인 신상 프로필을 작성하고 그 문건과 파일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해당 연예인이나 연예인들을 거느린 연예 소속사들이 민형사상의 대응을 하겠다며 사뭇 난리(?)를 쳤었고 사이버 공간에서도 온갖 추측과 루머가 난무하면서 사회적으로도 파장이 일파만파 번졌었지만 해당 사건은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었다.

 

  도대체 왜?...당시 사건은 그렇게 속절없이(!) 잊혀져 가고 말았는가. 한 마디로 연예인들과 소속사들의 돈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최대 광고주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모 광고 기획사의 파워에 끽 소리 한번 제대로 못 내보고 모두가 침묵한 것이 아니던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장자연 씨의 자살과 충격적인(?!) 내용의 자필 문건이 공개되기 전에도 연예계의 비리...특히나 성 상납이라든가 각종 폭력 ,노예 계약등에 대한 여러 풍문과 추측들은 끊임없이 난무했었지만 한번도 모든 진실이 낱낱히 세상에 공개되거나 부조리가 해소되지는 못하였었는데 나는 그 이유를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 연예계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찾고 싶다.

 

  베스트 블로거 Victor Lee 님( 연예계 15년 지켜보니, 이것만 알면 최소한 망하진 않는다 ) 이나 발가는대로 님( 장자연 자살 이미숙으로 불똥 튀나 )이 이미 지적하였듯이 한국의 연예계는 시장 자체가 너무나 협소하고 소수의 인맥(!)으로써 꾸려지는 구조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구조적 비리라든가 각 소속사간에 연예인 스카웃 등을 놓고 눈에 드러나지 않는 일종의 암투와 알력과 같은 부조리가 계속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거다. 소위 뜨겠다고 찾아오는 재능있고 외모도 출중한 연예인 지망생의 경쟁은 넘치고 넘치지만 현실적으로 자본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십상인 지극히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거기다가 성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터부시하고 억압하며 자꾸 음성적으로만 다루려는 전근대적인 분위기의 사회이다 보니 자연히 일부 여배우에게는 소위 스폰이 따라붙고 성 상납이라는 추문이 꼬리를 무는 것은 일종의 필연(?!)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장자연 씨의 자살과 KBS의 자필 문건 공개로 인해 과연 위에서 언급했던 해묵은 우리네 연예계의 오랜 관행과 구조적 비리들이 일소될 것이냐인데, 대단히 애석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글쓴이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위에서 이미 지적하였듯이 한국의 연예계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소수의 인맥(방송사 PD, 소속사, 광고주, 스폰서, 몇몇 기획사등등)에 의해서 꾸려졌으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대단히 특화되고 전문적인 분야로 한국 사회내에 자리매김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장자연 씨 자살 사건으로 인해서 세인의 관심이 쏠리다보니까 자칫 그들이 전체적으로 비난을 받는 처지에 몰릴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사실 그동안 나름 한류라는 흐름도 만들어 내었고 다양한 트랜드를 생산한 재능있는 이들이 분명 그 안에 존재한다. 

 

  하지만 장자연 자살로 인해서...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대대적인 인력의 물갈이가 이루어진다면 과연 그 이후에 연예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여러 창작물이나 방송의 질(투자나 자본이라는 측면을 모두 고려해서!)이 과연 지금보다도 나아질 것인지...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한국 연예계의 큰 틀거리가 이번 기회에 본질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인지(그나마 협소한 한국 연예계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가진 대체 인력이 과연 존재하겠느냐는 의미이다!)와 소위 한류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심스럽고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게 보인다는 말이다.

 

  또한 성 상납이라는 사안 자체가 지극히 은밀하고 개인적 사생활의 영역에 속해있다 보니 과연 해당 당사자들간의 이해 관계나 모종의 역학 관계를 떠나서 진실로 투명하게 모든 사실이 밝혀지기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충격적인(?) 여배우의 성 상납이 아니라 전지현 씨의 휴대폰 복제 사건에서조차도 속시원하게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 현재의 연예계에서 전지현 씨와 같은 톱 스타도 아닌 거의 무명의 장자연이라는 여배우의 자살과 자필 문건 공개는 또 한번의 울림이 없는 공허한 한 줄기 메아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장자연 씨 자살과 자필 문건 공개에 대한 논란은 정작 우리네 연예계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거나 무슨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을 떠나...한국 사회의 성적 문제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와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사회 풍토와 겹쳐져 결국 무명 여배우의 자살이라는 극히 단편적인 사실과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는 온갖 추악한 진실들(여배우의 성 상납,각종 폭력과 이를 부추기는 오랜 관행과 구조적인 폐해들)을 뒤로 한체...몇몇 소속사 관련 인사의 처벌과 더불어서 오로지 루머와 가쉽거리의 소재로써만 기억되고 회자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고 나도 모르게 자꾸만 회의적이 되는 것이다...

 

 

                        P.S: 누군가가 얘기한다. 정작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살아 있는 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이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그럼으로써 그녀의 죽음은 온갖 억측과 추측성 기사들의 범람에 묻혀 결국 루머와 가쉽의 소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태가 과연 고인이 바란 것일지...그리고 그녀의 가족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지...

 

그런 측면에서 글쓴이 또한 진실이 밝혀지고 본질적인 개선의 바람이 우리네 연예계에 불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때 자꾸만 회의적인 심정이 생기며 생각할수록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그래서 글쓴이는 감히 제안하건데, 이제는 그녀의 죽음에 대한 온갖 추측이나 자필 문건 공개에 대한 뜨거운 논란과 공방보다는...

 

올곧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조용히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며 우리 모두가

절대로 이런 종류의 비극을 무슨 가쉽이나 루머로써 얼룩지게 하거나 쉽사리 망각하지 않음으로써 

오랜 관행에 찌든 우리네 연예계를 항해 한때의 논란이 아닌 진정한 변화의 바람을 이제부터라도 서서히(!) 일으키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