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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사회 비평

악플이 연예인에게 미치는 영향

by 네 오 2009. 3. 20.

  故 장자연 씨의 자살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예계의 고질적인 구조적 비리나 병폐에 대한 얘기들로부터 시작해서 아직 확인조차 되지 않은 온갖 추측들이 쏟아지면서, 애초 내가 우려하던 바대로 이 상황이 점차 본질을 벗어나서 세인들의 가쉽거리나 일부 언론사의 추측성 기사의 소재로 적극 활용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져 심히 우려스럽다.

  또한 여기에 더해 최근 경찰이 아고라를 통해 추천수를 조작하고 반정부 여론을 조성한 몇몇 이들에 대한 수사를 한다는 소식이 겹쳐지고 그에 대한 여러 얘기나 의견이 오가면서
 지난 몇 년간의 여자 연예인들의 자살 원인이 소위 연예계 악플이냐 아니면 구조적 비리에 의한 것이냐를 논하는 글들까지 심심치 않게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역시 내 예측대로 대부분의 글들은 연예계의 구조적 비리가 큰 문제라는 점과 그 실상을 낱낱히 밝혀야 한다고 누누히 언급하면서도 그와는 상대적으로 악플의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는데 과연 악플이 연예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미미한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몇자 적어보려고 한다.

 

  글쓴이가 우선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과연 악플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주장이 누구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냐이다. 과연 이런 주장들이 연예인들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온 것인지 아니면 여러모로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중인 사이버 공간에서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담보하위한 일종의 자구책적인(?!) 성격에서 비롯된 것인가라는 의문은 한번쯤 가지면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연예계의 구조적 비리와 실상은 낱낱히 파헤쳐서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그토록 높이는 이들이 정작 연예인들의 일상과 그들의 개인적 프라이버시에 대해서는 왜 그리 무심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지...

  이게 무슨 말이냐면, 연예인들의 생활 패턴이 일반인들과 비슷하다면 악플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주장에 나 역시 깊이 공감했을 터이다. 그러나 세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소위 스타라고 불려지는 이들은 한국 사회의 지나친 당위성과 더불어 연예인들에 대한 도를 넘어서는 대중의 관심과 여러 추측들로 인해 언론의 기사거리가 되기 십상이고 그러다 보면 사생활이나 개인적 프라이버시라는 부분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되어 버리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런 상황이 생기면 자연히 해당 연예인이나 소속사는 이미지 관리라든가 인기 유지를 위해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관리,감독하는 소위 신비주의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최소한적인 사생활의 영역은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어떻게든 분리를 시키거나 보호하고자 하기 마련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신비주의 마케팅을 펼치며 이미지를 관리하고 최소한의 사생활이란 부문을 추구하다가 보면 점차 일상적인 생활과 세상과는 갈수록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데, 바로 그런 때에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가 과연 무엇이겠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미 지난 몇년간 몇몇 여자 연예인들의 자살을 통해서 혹은 지금도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들의 행태에서 보여지듯이 바로 자신들의 개인 홈 페이지나 블로그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거기에 인신 공격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온갖 모욕적인 내용의 악플로 도배가 되어 있다면 해당 연예인이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될지 여러분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지...

  이건 조금 다른 차원의 얘기인데, 나는 가끔 다음 블로거 뉴스의 열린 편집자나 매일 글을 한 편씩 올리는 소위 열성 블로거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 경험으로 보나 블로거 뉴스에 올라오는 글들을 통해서 볼때, 그들도 글을 올리다가 보면 대부분 악플이란 것을 이미 경험했거나 마주 대한 일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100% 확신한다. 그리고 대부분 나름의 방식으로 현명하게(?!) 악플러들에게 대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이들이 소위 이 바닥(!)에서 상당한 시간동안 내공을 쌓았고 나름 그런 측면에 대해 단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지 처음부터 초연하고 소탈하게 악성 댓글에 대처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직장이나 다른 일(학업이나 혹은 취업 준비등등)에 파묻혀 블로그를 관리할 여력이나 시간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들은 어쩌다가 어렵사리 글을 하나 올렸는데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논란에 휩싸이고 심한 경우 인신공격성 악플의 홍수를 경험하면 십중팔구는 홈 페이지라든가 무슨 블로그를 운용할 여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축 처진 어깨와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집에 돌아와 자신의 홈 페이지나 블로그의 댓글란을 장식하는 황당하고 엽기적인(?) 반응들을 대할때의 그 맥 빠지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았는가...


악플을 대함에 있어 연예인이란 신분은 오히려 일반 네티즌들보다도 못한 처지에 놓인,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한 사람일뿐...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스타라는 이들의 개인적 사정이란 것도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일반인들의 상황보다 훨씬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글쓴이나 여러분같은 평범한 이들이야 개인적으로 괴롭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가족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다른 친구를 만나거나 혹은 술을 한잔할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기타 여러가지 개인적인 방법으로 조금이나마 혹은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 내지는 무마할 수가 있다.


  그러나 연예인에게는 이런 식의 개인적 사생활조차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가 십상이기에 여러모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이 많으며,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범위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음은 왜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는 것인지 심히 개탄스럽다.

  흔히 블로그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다른 이와의 소통을 말하던데,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개인적 사생활이 상대적으로 극히 빈약한 연예인들에게 있어 개인 홈 페이지나 블로그야말로 세상과 소통하고 대중의 반응을 살피는 거의 유일무이한 통로가 아닐까... 따라서 거기에 달리는 인신 공격성 악플은 해당 연예인에게는 가뜩이나 연예계의 구조적 비리와 각종 폐해들로 인해 극도로 지친 몸과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그나마 이 세상마저도 자신에게 온갖 조소와 비난을 퍼붓고 있다는 절망적 느낌을 갖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에 일반 대중이 본의아니게(?!) 해당 연예인에게 마지막이자 회심의 정신적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격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게다가 몇 년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최근들어 급격하게 연예인들의 연령대가 갈수록 어려지면서 일부 톱 클레스의 반열에 드는 이들이나 중견 연기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중초반의 나이를 가진 연예인들이 주류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창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추구하고 아직은 개인적 정체성이나 주체성이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연령을 가진 상태에서 외형적으로는 여러 구조적 비리에 시달리며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진 상황에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플의 홍수를 받게 되면 우울증이 한층 심화되거나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겠는가. 극히 변덕스럽고 한편으로는 냉정하기 이를데 없는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이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버티는 진짜로 불안한(!) 직업군에 속한 연예인이란 신분을 가지면서 다른 한편으로 아직은 어리디 어리고 젊은 친구들에게는 말이다. 

결론
  흔히 사람들이 하는 얘기 중에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번만은 故 장자연 씨의 자살을 두고 연예계의 구조적 비리나 폐해를 근본적으로  파헤치자는 주장들이 팽배한 그만큼만 소위 네티즌들의 악플도 이제는 그 뿌리부터 잘라 버리자는 자체 정화의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기를... 그래서 정부나 혹은 다른 어떤 제반 세력들에게 공연한 빌미를 제공하고 그럼으로써 소위 사이버 모독죄에 대해 찬성하는 이들이 이곳 온라인 상의 의견과는 사뭇 딴판으로 상당히 많다는 엄연한 현실을 이젠 보다 진지하게 받아 들이고 깊이 반성하며 스스로 고쳐 나가는...그럼으로써 진실로 다른 이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간적이면서 민주적인 분위기의 사이버 공간으로 거듭나고 이른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철칙 아닌 철칙(?!)을 무너 뜨리는 그야말로 쿨한 풍경을 나는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