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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사회 비평

방과 후 학교앞을 지키는 엄마들

by 네 오 2008. 4. 9.

얼마전 우리네 사회를 온통 경악시켰던 혜진,예슬양의 유괴, 납치후 잔혹한 살해사건과 일산의 모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공공연히 벌어진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납치미수 사건등으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걱정과 우려를 표하고 계십니다.

 

이런 끔찍한 사건들과 관련해 글쓴이는 바로 어제 요즘 우리네 사회의 분위기를 극명하게 반영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고 느껴져서 여기에 한번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초등학교 정문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

어제 오후 1시 50분경이었습니다.

글쓴이는 거래처를 들렀다가 일이 늦어진 관계로 사무실에 돌아오는 길에 조금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글쓴이가 점심을 먹던 식당의 길 건너 맞은 편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었는데 마침 학교 수업이 끝났는지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학교정문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쓴이가 식사를 하면서 가만히 지켜보자니 상당수의 아이들의 엄마들이 학교 정문 앞이나 학교 안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아이 손을 꼭 붙잡고 정문을 나서 학교 근처에 세워진 학원 차량이나 학원으로 초등학생들을 직접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글쓴이도 처음엔 그저 몇몇 아이들의 엄마들이 유난을 떠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태권도 학원의 사범으로 보이는 이가 직접 태권도 도복을 걸치고 태권도장까지 아이들을 인솔하려고 차를 끌고 초등학교 앞까지 마중나온 경우도 있었으며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나 아이의 아버지가 학교 정문까지 직접 차를 몰고 와서 초조하게 아이를 기다리는 모습도 보았던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엄마들과 태권도복을 걸치고 아이들을 태권도장까지 인솔하려고 초등 학교 정문앞에까지 온 사범...그리고 마중나오기로 약속한 엄마를 기다리는듯한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이렇게 너무나 생소하고 전에는 흔히 보지 못했던 풍경에 글쓴이는 호기심도 생기고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면서 식당 주인에게 오늘 이 초등학교에 무슨 행사가 있느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식당 주인 아줌마의 대답이 무슨 특별한 학교 행사날이어서가 아니라 요즘 아이들의 납치,살해,유괴 미수사건 보도 이후 부모님들이 몹시 불안해서인지 갑자기 이런 모습들이 초등학교앞에서 보이기 시작했다는군요...

 

글쓴이는 그 말을 듣고 초등학교 정문에서...그리고 학교 담장밖에서 약 10여분간 머물며 엄마들과 함께 하교하는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았고 사진 몇 장을 촬영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글쓴이가 학교 담장 밖에 서서 운동장을 들여다보니 상당수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거나 직접 인솔해서 교문을 나서려고 하고 있었다...

 

 

아이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거나 가방을 손수 챙겨서 아이들을 앞장세우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으로 향하는 엄마들의 모습...

 

 

 멀찍이서 학교 교사로 보이는 남자분이 아이들을 인솔해서 정문으로 걸어나오는 모습과 오른편에서 연신 휴대폰으로 아이를 호출하는 엄마...그리고 아이의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학교 교문으로 향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엄마들...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자리잡은 그늘진 정자에 앉아서 자신의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와 바로 앞에 머리가 히끗히끗한 할아버지...그리고 왼편으로 중년 아저씨의 뒷모습도 나무 사이로 얼핏 보인다...

 

 

시간이 조금 흘러(약 10여분 정도) 방과후 아이들의 발길이 조금 뜸해졌다고 느껴질때까지도 자신의 아이가 보이지 않자 학교정문 앞에 차를 대놓고 초조하게 아이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과 오른쪽 뒤편에 막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 태권도장의 차량이 보인다...길 저편에는 노란색 학원차량과 아이들을 인솔한 엄마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초등학교앞 엄마들의 모습을 접하고서 우리네 사회 분위기를 새삼 돌아보다

요즘 우리네 사회는 안팎으로 경제적 양극화에 세계경제 또한 어렵다는 소식들이 연일 들려오고 물가는 끊임없이 올라가면서 그야말로 서민들의 삶의 지수는 갈수록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보니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경제 문제와 돈 버는 일등에 매진하면서 사람의 생명이나 개인의 인격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들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해지고 소홀히 하는 사회 풍조가 점차 만연하고 급기야는 이제 갓 피어나는 어린 아이들을 유괴,납치하고 성폭행하거나 잔인하게 살해한 후 뻔뻔하고 태연스럽게 아이의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파렴치범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아이를 가진...특히나 어린 딸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에 안절부절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문제를 담당하고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경찰과 정부는 너무나 무사안일하고 몰지각한 상황인식과 구시대적 수사관행을 답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극도의 불신을 스스로 자초하였으며 정치권은 한심하게도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기에만 올인한 상태처럼 보여집니다.

 

어제 아침에 글쓴이가 모 방송을 보니 요즘 아이들의 유괴, 납치문제로 인해 사설 경호업체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지만 그것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이나 해당하는 일이지(아이들 사설 경호비가 자그만치 한달에 250만원이란다!!!) 우리같은 평범한 서민들이야 언감생심 그럴 여력이나 있겠습니까...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다시 말해서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조차 좀처럼 믿을수가 없는 어이없고 기막힌 사회 현실속에서...

그렇다고 자라나는 내 아이를 마냥 학교나 학원에 보내지 않을수도 없는 무한 경쟁과 이런 분위기를 끝없이 부추기는 학벌주의 사회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만은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평범한 우리네 보통 엄마들의 마음이 얽히고 설켜서 바로 어제와 같은 풍경을 만든 것이 아닐까요...

 

 

결론

이 시점에서 솔직히 밝혀두지만 글쓴이는 평소 대한민국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너무나 극성스럽다고 여겨왔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글쓴이는 이 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까지 공부에만 매몰시켜도 될까에 진지하게 의문을 던지고 대안을 고민했으며...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이 무너짐을 크게 염려하여 비판을 가했고 종종 몰지각한 엄마들의 지나친 치맛바람에 눈쌀을 찌푸려 왔었지만...어제 모초등학교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엄마들의 모습속에서는 글쓴이가 평소 가졌었던 여느 때의 극성스러운 소위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치맛바람을 연상하기보다는 우리네 사회에 팽배한 극도의 불신과 낯선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가 배어있다고 보였으며...이는 결국 어느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거역하거나 바꿀수 없는 거대하고 뒤틀린 사회적 흐름이며 일종의 대세라는 절망감과 무기력함의 공감대가 우리네 사회안에서 이런 식으로(!) 소리없이 퍼져가는 것만 같아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비틀리고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비정상적인 사회속에서도 어떻게든 내 아이들만은 아무 탈없이 온전하고 바르게 키우려고 안간힘을 쏟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애틋하고 필사적인 모성애가 느껴져서 글쓴이는 여러모로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겁고 착잡해졌는데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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