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거 뉴스]/생활 & 문화

논쟁적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by 네 오 2009. 3. 3.

 다음 블로거 뉴스의 기자수가 산술적으로는 11만명을 넘었다. 하루에도 다양한 장르에 수 백편의 글들이 쏟아지고 정치,시사,연예 분야등은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 상위를 차지하며 많은 인기 블로거들의 경합장 내지는 신입 블로거들의 출사표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곤 한다. 그러다보면 종종 논쟁적인 글들이 나올때도 있고 그 와중에 은근히 눈에 자주 띄는 글들이 있는데 소위 블로거 논쟁을 잘하기 위한 요령 내지는 소통에 관한 원론적인 얘기들이 무슨 공식처럼 따라 붙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미천하나마 조그맣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쌓인 나의 경험들과 약간은 대치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판단되어서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이건 글쓴이만의 생각이 아니라 대다수 네티즌이 동의하리라 여기는 주지의 사실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쟁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논쟁을 하는 방법라든가 논쟁 후의 감정 추스르기 혹은 나름대로의 확고한 철학(?)이 없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속에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주장 혹은 설득하려거나 조금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때 실로 말 못할 고충을 겪곤 하는데 오늘은 네티즌들의 반응이라는 측면보다는 글쓴이의 입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한번 속시원하게 말하고 싶어져서 펜을 들었다. 

 

  그러니까 오늘의 테마는 일명 논쟁적인 글쓰기가 어려운 3가지 이유이다. 

 

 

  논쟁적 글쓰기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 글이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필연적 단점을 수반한다.

 논쟁적인...특히나 인터넷상의 소수,반대 의견을 대변하는 글을 쓰면 으례히 달리는 댓글이란 것이 글이 너무 길어서 끝까지 읽지 않고 답글을 단다는 둥 핵심이 무엇인지 모를 쓰레기 글이라는 대응을 수도 없이 겪어본 글쓴이가 보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글의 길이에 관한 부분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어떤 사안 내지는 인물에 대해서 논란이 생겼을 때 네티즌들의 다수를 반영하는 듯한 의견의 글은 굳이 기사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전제라든가 자료제시가 그닥 필요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반면에, 그 반대의견을 제시하려면 상당한 분량의 전제를 깔고 거기에 이런저런 근거와 사례를 들면서도 일관된 논리로써 글을 쓰지 않으면 그나마 일말의 호응은커녕 반대의견 전체의 수준만 떨어뜨리는 일이 되기가 십상이고 논리적 헛점을 파고드는 공격성 댓글의 홍수에 파묻히기에 웬만한 준비와 경험,사고 체계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히 글을 올리는 시점도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는 글들이 한참 쏟아지고 난후 모두가 결론이 났다고 한숨 돌리는 시기가 되기 십상이어서 뜬금없이 왜 이 시점에서 이런 글이 나오냐는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상대적으로 글이 너무 길고 부실하다는 비판에 부딪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논쟁적 글쓰기가 어려운 두 번째 이유: 심적인 부담과 논리적 치밀함을 고려해서 어렵게 작성된 글이라도 추천을 받기가 대단히 힘들다.

  인터넷의 다수 의견이 아닌 소수 의견을 반영하는 글이 추천을 받기가 어려운 것은 지극히 당연해보이지만 다음 블로거 뉴스에 동참하는 열린 편집자들도 뚜렷한 정치적,철학적 성향(?)이 있어서인지 제 아무리 좋은 근거와 반박 논리를 가진 글이라 해도 일단 거부감을 느끼거나 아예 읽어보지도 않는 이들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최근들어 나는 미네르바의 글에 대한 비판이나 유승준 논쟁을 포함해서 신형 에쿠스에 대한 해외 네티즌의 반응이란 부분에 대해 논쟁적이면서 일종의 반박 성격이 매우 강한 글들을 몇 편 실었는데, 그 모든 글에서 열린 편집자란 분들중에 몇몇 이들은 절대로(never!) 추천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리 열려있는(?) 태도로 임하지는 않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했다.(그게 누구인지 이 글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겠다. 내가 굳이 밝히지 않아도 자신들은 잘 알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나마 글들을 정말로 많이 읽고 다음 편집진에게 추천을 하고 있다는 열린 편집자란 이들도 이러니 심적으로 부담백배... 거기에 논리적으로도 정말 어렵게 작성한 기사가 실시간 글에 노출되는 시점도 많이 늦어지고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머물다가 내려오게 되는 일이 자주 있었다. 또한 다음 블로거뉴스 베스트 글 목록에 올라가기도 힘들뿐더러 만약 들어가더라도 메인에 노출되는 일은 더더욱 힘들며 설사 메인에 나오더라도 대다수 의견을 반영하는 글들이 메인에 머무는 시간보다는 확연히 짧은 시간동안만 사람들에게 비춰지다가 내려오는 상황에서 논쟁적 글쓰기를 하는 이들은 의욕 자체가 상실되는 것은 필연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이 대다수 의견에 공감해서 침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위에서 말한 여러 제약으로 인해서 스스로 포기하는 측면이 훨씬 클 것이라는 측면이다. 글쓴이만 해도 여러 여건을 고려하며 수십여 차례에 걸쳐 글쓰기를 접었었고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논쟁적 글쓰기가 어려운 세 번째 이유: 블로그의 소통에 관한 담론들이 지극히 원론적이면서 당위적이라는 부분들.

 블로그를 하면서 여러 글을 쓰다보면 네티즌들의 기호에 맞는 글도 더러 있고 아닌 기사들도 있었다. 그런데 네티즌들의 기호에 맞는 글들은 블로그의 소통이라든가 논쟁의 요령 같은 원론들이 비교적 잘 먹히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과 같은 얘기가 되기 일쑤였다...

 

 솔직히 어느 누가 자신이 쓴 글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거나 글에서 제시한 문제들에 대한 토론으로 나아가길 바라지, 글쓴이의 의도와는 180도 다른 불필요한 언쟁에 휘말리거나 심한 경우 인신모독성 댓글의 홍수로 자신의 블로그를 장식하고 싶겠는가. 글쓴이가 아무리 하나의 의견이라고 전제를 분명히 글 머리에 명시를 해주고 댓글에 성심성의껏 답글을 달아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와 다르면 그것은 곧 다름이 아닌 잘못이며 반드시 시정되거나 글쓴이를 설득 혹은 가르쳐야만 한다는 그 무엇이 되어버리는 한국 사회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논란을 부르거나 다른 문제를 제시하는 글쓰기는 절대로 환영받지도 못하고 공격의 대상이 되는 상황...그리고 그런 모습들속에서 무슨 논쟁의 요령이나 소통의 중요함을 자꾸 강조할수록 이런 글쓰기를 하는 이들은 블로그의 소통을 잘 못하는 이로 낙인찍히거나 오히려 방해(?)가 되는 피곤한 인사로 여겨져서 외면받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나마 난 운이 정말로 좋은 편이었다. 여러모로 능력도 안되는 내가 다음 베스트 블로거 기자라는 타이틀도 재수좋게(?) 달았고 정말 민감하고 반대의견을 내세우기가 극히 어려운 주제들에서 써 내려간 글들중 상당수는 베스트 목록뿐 아니라 신입 블로거 기자들이 오매불망 바라는 다음 메인에도 노출된 경험이 상당하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많은 베스트 블로거와 오늘도 맹렬히 글을 올리는 신입 블로거 기자중에 내가 문제로 삼았거나 혹은 보다 나은 논의를 바랬었던 글의 후속편은 거의 보지 못했다는 점은 내심 상당히 아쉽고 또다른 한편으론 나 혼자만 위험한 역주행(?)을 하는듯 해서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불안할때도 있지만 앞으로도 난 내 경험과 생각들을 계속해서 표현하련다...

 

  인터넷 너머에 있는 그 누군가는...그것이 설령 단 한 사람일지라도 내 의견에 공감하고 동의할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결코 놓고 싶지 않은 질기디 질긴 미련(?)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