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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생활 & 문화

캐릭터음료수로 인해 유괴범취급을 받은 사연

by 네 오 2008. 4. 14.

요즘 우리네 사회는 어린아이에 대한 각종 성범죄나 유괴,살해와 같은 끔찍한 범죄들로 분위기가 몹시 흉흉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특히나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님을 며칠 전 글쓴이는 모 초등학교 앞의 진풍경(?)을 담아서 전했었는데 휴일인 어제 오전에도 또 한번 이런 분위기를 경험하게 되어서 여기에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최근들어 글쓴이는 거의 이틀에 하나꼴로 블로거뉴스에 글을 송고해왔는데 바로 어제도 오전 일찍(정확히는 7시경쯤!)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글쓴이는 한 20분여간 블로그를 지켜보다가 바로 컴퓨터를 꺼버렸는데 그 이유는 요즘 들어 블로거 뉴스에 글을 송고한 후에 사람들이 반응이 어떨지...그리고 내가 쓴 글에 얼마나 많은 이가 호응을 할지를 고민하기가 싫어서였습니다.

 

평일같으면 자연히 회사출근이다 뭐다 해서 저녁늦게나 내 글의 호응도를 확인하게 되지만 어제같은 휴일엔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컴에 손이 가게 된다는 사실 때문에 글쓴이는 내심 갈등을 하며 아침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오전 10시경에 편안한 츄리닝으로 갈아입은 뒤 컴에서 멀리 하는 시간도 만들고 운동도 할겸 산책삼아서 아파트 앞의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오전부터 햇살은 참 따사롭다 못해 조금 덥다는 느낌이 들었고 공원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어서 정말 좋았으며 사람들이 꽤 많이 나와서 휴일 오전 공원내 벚꽃의 정취를 만끽하고 계시더군요...

 

글쓴이가 공원에 들어가서 한 30여분 돌아다니다 보니 그늘지고 널찍한 정자가 하나 보였습니다.

시간은 이제 막 오전 11시를 향하고 있었지만 벌써 이마에는 땀이 조금씩 맺히고 다리도 조금 풀고 갈겸 하는 마음에 정자로 다가섰는데 거기에는 대략 5~6살된 귀여운 여자아이가 정자주변을 뛰어다니고 있었고 한 5m쯤 떨어진 의자에 노인 몇분과 함께 아이의 엄마가 한가로이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글쓴이가 들어서자 돌아다니는 아이와 글쓴이를 번갈아 살펴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왠 젊은 남자가 정자안으로 들어서자 비록 주변에 사람이 많았지만 살짝 긴장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글쓴이는 아이의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보내고 정자 한켠에 있는 의자에 앉았더니 그제서야 아이 엄마는 책으로 다시 시선을 떨구시더군요...

 

글쓴이는 평소 아이들을 좋아했는데 특히나 어린 여자아이들을 보면 왜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마음이 참 평화로워지곤 했습니다...

바로 어제도 글쓴이는 정자 주변을 맴도는 여자애를 지켜보며 가만히 미소를 짓다가 문득 아이의 손에 쥐어진 음료수 병에 시선이 멈추었습니다...

 

여자 아이의 손에 들어있던 것은 다름 아닌 캐릭터 음료수였는데 글쓴이가 알기로는 이 캐릭터 음료가 아이들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성분들이 다량 들어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가만히 지켜보자니 아이가 음료수 병뚜껑의 빨대를 입에 물고 홀짝홀짝 음료수를 들이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캐릭터 음료수의 모습...집으로 돌아오면서 여자 아이가 들고 있던 음료의 성분이 문득 궁금해져서 한병 구입했다...역시나 글쓴이의 기억대로 음료수는 액상과당 투성이였으며 아이의 치아나 영양적인 측면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자명했지만 병마개 위에 붙은 귀여운 캐릭터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시선을 단박에 끌어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여겨졌다...

 

 

아이가 음료수를 들이키는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 생각이 음료수에 함유된 유해성분 쪽으로 전개되자 글쓴이는 문득 아이가 안쓰러워져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더니 이 여자아이도 느낌이 이상하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글쓴이의 눈을 갑자기 빤히 쳐다보는 겁니다...

 

그래서 글쓴이는 아이에게도 가볍게 웃음을 던지며 "  그거 맛있어요?... " 라고 넌지시 말을 걸었더니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글쓴이를 말똥말똥 쳐다보는데 갑자기 옆에서 " 지금 아이한테 뭐하시는 거예요..! " 라며 아이 엄마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여자애의 손을 잡아채서 자신의 몸뒤로 숨기는데 그 엄마가 갑자기 내지른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글쓴이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으며 정자 주변을 거닐던 어르신부터 몇몇 아줌마들까지 전부 글쓴이를 뚫어져라 위아래로 쳐다보는데 솔직히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는 그순간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더군요...

 

공원내에 사람이 많았고 아이 엄마가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서 마음놓고 여자 아이에게 말을 몇 마디 건네다가 영락없이 무슨 유괴범으로 몰려버리는 오해와 의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글쓴이는 순간 당황하면서도 요즘 사회 분위기가 워낙에 그러려니 하고 여겨 애써 웃음을 지으며 사실은 아이 손에 쥐어진 캐릭터 음료를 보며 그것이 아이의 건강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그래서 아이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는 것이 그만 본의아니게 커다란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사과를 했더니 그제서야 아이 엄마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면서 자신도 캐릭터 음료가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음료인 것은 잘 알지만 아이가 하도 원하니까 하나 사주었다고 말하면서 글쓴이에게 이러는 겁니다...

 

생판 모르는 남의 아이한테까지 자신의 자식마냥 건강을 염려해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인데 요즘 사회분위기가 그렇다보니 이런 식의 호의도 그리 반갑지가 않고 또한편으로 조금전의 글쓴이처럼 아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유괴범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며 다른 아이가 이런 모습을 혹시 보이더라도 다음부터는 그냥 그러려니하라고 말하고서는 여자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솔직히 글쓴이보다 나이도 몇살 어려보이는 아이의 엄마가 그런 말을 하는 동안 글쓴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마치 죄인처럼 연신 예..예..를 연발하며 아이 엄마의 일장훈계(?)를 들어야만 했으며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할수록 기분이 참으로 찝찝하고 참담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우리네 사회가 얼마나 불안하고 흉흉하면 벌건 휴일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붐비던 공원 한가운데에서 비록 잠시동안이었지만 무슨 수상한 사람이나 유괴범쯤으로 오해를 받고 나니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물론 어제는 휴일 오전인데다가 애초에 가볍게 산책을 나온다는 생각에 글쓴이의 옷매무새가 츄리닝 차림에다가 머리도 약간 부시시했고 복장면에서는 조금 불량스러워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평소에 글쓴이의 인상이나 분위기가 그리 험악하거나 수상쩍은 모습은 아니라고 나름 여겨 왔었는데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정말로 어이가 없고 황당했습니다...

 

그리고 글쓴이가 평소 사람이나 사물을 관찰할 때 무심코 뚫어지게 쳐다보는 습관이 이렇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는 좀더 긴장해서 남들이 의식하지 않게끔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면서 하고픈 말은 우리사회내에서 이렇듯 서로간에 불신의 벽이 높아져서 생판 모르는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거나 선뜻 마음을 열고 다가서기가 너무나 어려워지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아 여러모로 생각할수록 기분이 우울해지는데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p.s:   어제 오전에 그런 황당한 일을 겪고 집에 돌아오니 시간은 정오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기분이 상당히 찝찝한 가운데 컴을 켰더니 아니나다를까...

글쓴이가 애초에 지향하는 글의 의도는 완전히 무시하고 몇몇 생각없는 네티즌들이 소모적인 댓글을 줄줄이 달아두셨더군요...

가뜩이나 기분도 별로였는데 거기다가 생각없는 악플(?)들을 보자 글쓴이는 화가 치밀어서 평소보다 훨씬 강하게 그들을 질타했습니다.

 

오프라인상에서는 누군가에게 말도 함부로 붙이기 어려운 뭐같은 사회 분위기가 되어가고 온라인상에서는 이전부터 얼굴이 안보이고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잇점을 십분 악용해 남에게 함부로 말하고 끊임없이 들이대서 인터넷 공간을 오염시키며 누구도 쉽게 받아들이고 믿을수가 없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에 나름 일조하는(?) 네티즌들이 여러모로 정말 징글징글하게 느껴지는 하루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서 말하는데 어제 반더빌트의 블로그에 오셔서 무심코 댓글을 남겼다가 글쓴이에게 필요이상으로 반박을 받았다고 여기시는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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