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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생활 & 문화

자식효도 받고자 돈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노인

by 네 오 2008. 4. 1.

요즘은 소위 웰빙 열풍때문인지 건강과 미용을 두루 챙겨주는 요가를 배우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글쓴이가 다니는 요가원에도 요가 수련생들이 많은데 그중 3분의 2는 여성이며 연령대도 20대 중후반에서 50대 후반까지 참 다양합니다.

퇴근후 저녁 시간에 1시간~1시간 30분 가량 요가수련을 마치고 휴게실에서 오손도손 함께 모여 차 한잔을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 바로 어제도 그들이 나누는 대화속에서 생각할만한 얘기가 있어서 여기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제 저녁에도 글쓴이는 요가를 마치고 휴게실에 들어섰는데 이미 일군의 아주머니들이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나이들어서 몸이 아프면 결국 본인만 서러우니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건강을 챙기고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지켜야 한다는 말들을 나누고 있더군요...

 

한 아주머니가 말하길... "정말로 나이들어서 몸 아프면 본인만 서럽지요...자식새끼들 다 필요없더라구요...내가 아는 어떤 아주머니는 20살에 결혼해서 아들 하나 낳자마자 남편이 덜컥 죽어버려서 여자 홀몸으로 외아들 하나 키우느라 행상이다 파출부다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뼈빠지게 고생해서 아들을 우리나라에서 최고 좋은 대학에 보내고 대학 졸업후에는 미국유학비까지 대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는데 글쎄 이 빌어먹을 아들 놈이 무슨 대학 총장 딸과 결혼해서 미국에 가더니만 수년째 연락 한번 없다지 뭐예요...그 아주머니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지금 몸이 안 아픈데가 없어요...그걸 보면 자식들 다 필요없고 본인 건강은 정말 챙겨야겠더라구요..."라고 말을 하니까 다른 아주머니가 거들기를..."맞아맞아...몸이 아프면 결국 자신만 손해지...자식들 다 필요없어..."그러면서 또 하는 말이 "그러니까 자식들한테 간,쓸개 다 빼주듯이 너무 잘해줄 필요도 없고 한참 살 날이 많은 경우에는 재산을 물려주어서는 안된다는 말이지..."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자 또다른 아주머니가 "아이고...자식한테 물려줄 재산은커녕 당장 쓸 생활비도 빠듯하네요.."라고 하니 아주머니들이 일제히 웃으며 맞다고 동조를 하는데 한 아주머니가 이러는 겁니다. 

"말이 나와서 얘긴데 이게 우스개 소리 같지만 정말 자식들한테 재산을 너무 일찍 물려주면 안되겠더라구...내가 아는 어떤 할아버지는 아직 정정하신데도 너무 일찍 자식들한테 재산을 물려주고 나니까 그 순간부터 자식들한테 완전히 찬밥신세가 되었데요..."

그러자 그 말이 맞다면서 이구동성으로 아주머니들이 맞장구를 치더군요...

 

그런데 평소에 비교적 말이 없이 가만히 있던 한 아주머니가 이럽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나요...부모 입장에서야 하나라도 있으면 자식들 먼저 주고 싶고 해주고 싶은게 부모들 마음인데..."하니까 그 말에도 대부분의 아주머니들이 동의를 표하십니다...

 

그 와중에 한 아주머니는 이런 말을 했는데 그 내용이 휴게실 한켠의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히며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글쓴이의 귀를 자극했습니다.

 

이 아주머니가 뭐라고 했냐면 자신이 잘 아는 어르신은 사실 재산이 없으면서도 짐짓 숨겨둔 재산이 있는 것처럼 자식들에게 행세하시면서 명절때를 비롯해서 수시로 안부 전화나 문안인사도 받고 용돈도 넉넉히 받아쓰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이 무일푼(?) 노인네한테 자식들이 뭔가 단단히 바라는 게 있는지 그렇게 깍듯이 모시고 잘한다네요... 

 

그러면서 늙어서 자식들한테 설움 안 받으려면 돈이 좀 있어야겠지만 설사 돈이 없더라도 무언가 물려줄 재산이 있는 듯 행세해야 설움을 받지 않는다고 말을 합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아주머니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찬반으로 분분해지는데 몇몇 아주머니들은 자기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며 동의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모습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글쓴이는 아무리 그래도 자식들에게 대우를 받으려고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차 한잔을 마시고 옷을 갈아입은 뒤 집에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우리네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신뢰와 믿음이 전혀 가지 않는 일들 투성이입니다.

그러다보니 서로가 가장 믿고 아껴주어야 할 부모와 자식간에도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헌신적인 희생을 하는 것이 바보스럽고 어리석게까지 치부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런 모습속에서 진정한 우리 사회의 위기를 느끼곤 합니다.

요가원에서 아주머니들이 우스개소리처럼 나누던 대화속에서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이자 삶의 근원적인 쉼터인 가정이 해체되고 붕괴되고 있는 조짐을 보았다면 글쓴이가 상황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일까요...

 

지금 이 글을 블로거뉴스에 송고하는 오늘은 공교롭게도 만우절입니다.

사회적으로 약간의 긴장과 놀라움을 수반한 거짓말이나 위트가 너그럽게 허용되는 날이지요...

 

그러나 위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말했던 자신이 죽기 전까지 자식들에게 설움받지 않고 부모로써의 대우를 받고자 숨겨둔 재산이나 돈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런 노인의 거짓행세에 자식들의 봉양행태가 빈번하다는 얘기들은 너무나 씁쓸하고 우울한 우리네 사회의 현주소를 담고 있는 듯 해서 글쓴이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만우절이 아닌 일년 365일 그 어느 날에도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할 필요도 없고 해야 할 생각조차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에 대한 당연한 도리이자 의무였던 자식의 효도마저도 돈을 따라가는 세태가 더욱 만연해가는 듯 하고 이런 각박한 사회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지...도대체 우리 사회가...그리고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 글쓴이는 자꾸만 혼란스럽고 헷갈리는데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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