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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생활 & 문화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군인

by 네 오 2008. 3. 14.

여러분은 전철이나 버스에서 노약자나 임산부 그리고 장애인을 보면 자리를 양보하시나요...

아무리 자신의 주장과 권리만 찾고 이기적인 사회풍토가 만연했다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사회의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런 분들을 마주치면 곧잘 자리를 양보하곤 합니다.

 

그런데 글쓴이가 어제 전철에서 마주친 한 군인의 행태는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들이 자꾸만 무너져내리는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여기에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어제 오후의 일입니다.

글쓴이는 점심을 서둘러 먹고 거래처에 서류를 건네주려고 여느때처럼 전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전철내에 자리가 있나를 둘러보았는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좀처럼 자리를 뜨시는 분들은 없더군요...

그러던 중에 다음 정거장에서 군인 두명이 전철을 탔는데 둘이 말하는 걸로 보아서는 휴가를 나온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 아주머니 한명이 자리를 비우자 둘중에 고참으로 보이는 군인이 자리에 앉았는데 자세히 보니 계급이 상병이었고 서 있는 군인은 일병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자리를 잡자마자 서로 말을 하는데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주변사람들이 모두 한번씩 쳐다보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글쓴이 역시 나도 모르게 눈쌀을 찌푸리며 이들을 주시했는데 네 정거장 정도를 가고 나자 서서 얘기를 나누던 일병은 전철을 내렸고 상병 혼자만 남게 되어서 이제는 조금 조용히 갈수 있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왠 할아버지 한분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전철을 타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바로 문제의 군인 앞에서 잠시 멈추어서 숨을 고르시는데 글쓴이가 그 군인 입장이었다면 바로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했을 것 같은데  이 군인은 자신의 코 앞에서 숨을 헐떡이시는 할아버지는 안중에 없는지 연신 딴청을 부리며 그냥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군인 옆에 앉아있던 나이가 50대 중반정도 되어 보이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자리를 양보해서 그 할아버지는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오른쪽 다리는 의족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는 다리를 구부리시지도 못하고 앉아서도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쭈욱 들고 계시는 모습이 더욱더 글쓴이나 주변사람들의 마음을 측은하게 만들면서 바로 옆에 그냥 앉아서 끝내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던 문제의 군인에게 시선이 가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자신의 무심함과 이기적인 모습에 양심이 조금 찔렸는지 상체를 앞으로 푹 숙이고 고개를 쳐박고서 갑자기 엄청 피곤하고 힘든듯한 모습을 취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른쪽다리에 의족을 하신 할아버지에게 끝내 자리를 양보하지 않다가 옆 좌석의 아주머니가 자리를 양보해 할아버지가 앉은 후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상체와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피곤하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모습이 얄밉고 가증스러워서 글쓴이가 허리께에서 촛점을 맞추어서 사진 한장 남겼다.

 

<사진에 대한 추가 보충설명>

 오른쪽에 백을 든 사람이 바로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아주머니이다. 글쓴이는 오른쪽으로 돌아선 자세에서(!) 자리를 양보한 아주머니의 모습과 할아버지 그리고 문제의 네가지없는 군인을 사진에 넣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글을 제대로 보지 않고 엉뚱한 곳에만 집중해 시비를 거는 이들을 위해서 자세한 설명을 첨부한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휴가를 나왔다며 다른 동료와 전철이 떠나가도록 우렁찬 목소리를 들려주며 기운찬 모습을 보이더니 이게 무슨 조화일까요...

 

그런 군인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글쓴이는 다음 전철역에서 내려 서둘러 거래처 업무를 보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과거 글쓴이가 군대를 다니던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군인이 군복을 걸치고서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나 전철에서 앉는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군대내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엄청나게 세뇌교육(?)을 시켰고 군인의 명예와 자부심을 떨어뜨리며 일반인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항상 전철같은 대중교통에서는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십여년사이 사회가 민주화되고 그 영향으로 억압적인 방법의 군기교육이 군대내에서 많이 사라져서인지 전철이나 버스에서 스스럼없이 자리에 앉는 군인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하기사 군인도 같은 사람이며 사회가 자유스런 분위기와 개인의사를 존중하는 민주사회이니 군인이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고 글쓴이도 여기서 그것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제와 같은 경우는 글쓴이가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이해할수가 없고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고 여겨집니다.

 

흔히 사람들이 군대를 일컬어 우리 사회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들 하는데 자신의 주장만 난무하고 권리만 찾는 우리네 사회안에서 그래도 원칙과 기본을 지켜줘야 하는 군대마저도 어제 전철에서 마주친 군인처럼 점차 우리네 사회 풍토를 그대로 닮아간다고 느껴져서 글쓴이는 자꾸만 가슴 한켠이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후기

이 시점에서 글쓴이가 이런 말을 하면 혹자는 고작 한명의 군인을 보고서 지나치게 확대해석한다고...혹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현재시점에서는 전체 군인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글쓴이가 군대에 있던 과거와는 달리 군인들도 스스럼없이 대중교통편에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자유분방한 시대에...그것도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현재의 사회풍토에 비추어볼때 앞으로 이런 광경은 더욱 일상화할 가능성이 너무나 크기에 이 글을 썼다고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어떤 분은 여태까지의 글의 의도나 본질은 모두 무시하면서 군인도 사람이며 대중교통수단에서 앉을 권리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군인도 사람이며 전철좌석에 앉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글쓴이도 충분히 인정하고 한편으로 지지합니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상황이라면 비단 군인으로써가 아니라  젊고 혈기왕성한 젊은이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다리가 불편한 노인에게 바로 자리를 양보해드리는 것이 사회적인 기본 질서에 부합하고 연장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절이며 또한 남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글쓴이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한 혹자는 평소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만 가끔 어떤 노인들은 자리를 양보받아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다고 불평하시는 분도 계신데 이것 역시 그리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것도 엄격히 말하면 노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바라는 보상심리가 깔린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굳이 자리를 양보받은 노인이 자신에게 감사함이나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아도 혼쾌히 자리를 양보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사회를 글쓴이는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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