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거 뉴스]/시사 평론

마음속의 숭례문부터 복원하자

by 네 오 2008. 2. 14.

숭례문 붕괴이후 예상대로 문화재청,소방방재청,여야의 정치권은 서로 네 탓 타령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언론은 사후약방문식의 안전진단과 대책마련을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또한 처음엔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으로 허탈감에 눈물짓던 시민들도 정치권의 한심한 작태를 보며 하나둘씩 분노의 대열에 동참하는 중이다.

마치 우리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숭례문으로부터 모든 문제가 비롯되었다고 말할 태세다...

 

이런 마당에 대책없는 개방으로 숭례문 화재와 붕괴의 책임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명박 당선인이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는 발언을 하고 이를 인수위가 정책으로 밀고 가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하루만에 번복하고 말았다.

 

많은 이들은 국민성금 발언을 통해 보여지는 이명박 당선인의 문화재에 대한 몰인식과 숭례문 붕괴를 불러온 무책임한 개방에 대해 성토분위기지만 좀더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 자신은 이번 숭례문 붕괴참사로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서고 있는 중인가에 대해서는 정치,언론,국민이라는 측면으로 나누어서 좀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우선 정치면에서 볼때 숭례문 붕괴라는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국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여야 정치인들은 화재현장을 방문하랴 화재원인을 추궁한다고 연일 난리법석이다.

 

이런 사회분위기 덕분에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문화재에 관한 보호,관리법률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법안만 통과되면 숭례문 붕괴같은 비극은 사라지는 것일까...

 

현재 문화재 관리,보존에 투입되는 인력,예산과 차후에 전국에 산재해있는 숱한 문화재를 복원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경비가 과연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를...또한 현재 문화재 관리 시스템전반에 걸친 취약점등을 철저히 하나하나 따져가며 관련법규를 개정하지 않는다면 결국엔 현실과 괴리된 유명무실한 또 하나의 법률을 추가하는 꼴밖에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지금 언론의 행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언론은 이번에도 다른 여느 때처럼 수시로 숭례문 화재의 의미와 원인분석, 외국과의 사례를 비교,분석하며 우리 사회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수준을 비판하고 숭례문을 제대로 복구하자며 틀에 박힌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외국에서는 전체 예산 대비 몇 퍼센트 포인트 정도를 문화재 복구와 보존에 사용하는지...

또한 해당 국가의 국민들은 어떤 사회적 노력과 합의를 통해 그토록 모범적인 사회공동체적 문화의식을 공유하게 되었는지까지의 과정에 대한 상세하고 심층적인 취재 보도는 왜 하나도 안하는 것인가...

 

언론이 그런 심층보도를 비중있는 시간대(쇼 오락프로그램,드라마 할 시간에 문화재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해보라!)에 많이 해야만 우리 사회에 바른 여론과 공론 합의에 기여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누구나 할수 있는 원론적인 얘기들만 반복하며 국민들의 허탈함과 분노를 자극한다면 오히려 4월 총선을 앞둔 우리네 정치인들에게 앞뒤사정 가릴 것 없이 졸속으로라도 문화재 관련법안을 양산하게 하고 또 한번 생색행정을 벌이는 강력한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 아닐까...

 

 

그리고 숭례문 붕괴에 마음 아파하는 국민들도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게 사회복지분야나 새로운 각종 정책시행으로 인한 혜택은 바라면서도 정작 세금을 올린다고 하면 정색하는 우리 국민들의 이중적인 정서도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당장 숭례문 복원에만 200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국의 모든 문화재를 발굴하고 그동안의 전국민적 무관심으로 인해 훼손된 부분들을 모두 복원하고 보존,관리하는데는 어마어마한 경비가 들것임은 분명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건 문화재 관련예산을 대폭 늘리든지 아님 다른 분야의 예산을 삭감하고 전용해야만 하는데 해당분야의 관련종사자들은 순순히 받아들일 것인가...

또한 예를 들어 정부가 영화나 각종 공연,문화행사 ,스포츠 관람과 기타 물품에 붙는 부가세등에 일정한 비율로 문화재 복원과 관리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붙여 가뜩이나 경제 양극화로 �아지고 있는 서민들의 지갑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온다고 해도 지금처럼 문화재 복원에 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낼지는 솔직히 대단히 의문스럽다.

 

진정 여러분들은 자신의 지갑이 당장은 아무 경제성이 없어보이고 향후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문화재 복원과 관리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계시는가...

 

 

숭례문 복원...가치의 문제 

주식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가치 투자를 통해 세계 2위의 부를 거머쥐었다.

그가 추구하는 가치는 현재 눈에 보이는 명목상의 가격이나 단기적 이득이 아니라 먼 훗날에 실현될 비전이나 장기적 이익에 관련된 부분들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번 숭례문 붕괴 사건이 말해주는 교훈도 일종의 가치판단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닐까...

 

숭례문 방화범의 범행동기가 토지재개발에 따른 보상비(결국 문제는 돈이었다!!!) 문제였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정부와 이 사회에 대해 앙심을 품고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욱 그래보인다...

 

우리 사회의 배금주의와 왜곡된 경제정의, 빈부격차의 핵심에 자리잡은 부동산 문제로 인해 피해를 본 한 개인이 저지른 이번 숭례문 화재와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에 황금만능주의적 가치관이 얼마나 깊숙히 만연되어 있고 그로 인해 우리 자신들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망각하고 살아가게끔 만들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비극적인 이정표이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장 눈에 보이는 외형상의 숭례문 복원보다도 우리 마음속의 숭례문을 먼저 복원하고 살려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Daum 블로거뉴스
이 글에 공감하시면 네모안 엄지를 눌러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