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전세집을 알아보느라 이곳저곳 다니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영등포구 대림사거리방면에 아파트를 보러 다녔었는데 역시나 아파트전세값이 올라서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또 하루를 그냥 보내는것인가하는 허탈함과 초조함에 난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대림사거리를 끼고 있는 도림천 자전거도로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원래 나의 생각은 자전거도로를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으려는 목적뿐이었다. 그런데 도림천 자전거도로를 잠시 둘러보니 너무나 도로 주변환경이 부실해서 오히려 기분을 더 잡치고 말았다. 도림천 자전거도로는 신도림에서부터 보라매공원까지 연결이 되어있다고 동네상인분들이 알려주셨는데 솔직히 여러가지 측면에서 너무나도 실망이었던 것이다. 내가 도림천 자전거도로의 어떤 점에 기분을 상했는지 이제부터 하나씩 사진과 함께 짚어보겠다.
1. 계단,진입로 안전문제
우선 자전거도로로 내려가고 올라오는 진입로가 오르막길이 아닌 철제계단으로 되어있었는데 계단하나의 길이(70~80cm)가 너무 길고 높이(40~45cm정도)가 제법 있어서 자전거를 끼고 내려가거나 올라올때 뒤뚱거리며 상당히 힘을 써야만 한다는 사실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내가 자전저도로에서 산책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시각은 오후1시경으로 주로 자전거를 타신분은 주부나 노인분들이셨는데 자전거를 끌고 올라오시는 폼들이 상당히 힘겨워보였던 것이다.
<계단하나의 길이가 70~80cm는 족히 되어보였다. 이 정도면 계단을 내려가면서 보폭이 필연적으로 엇갈려 뒤뚱거리게 마련이다.>
<5분동안 10여명 이상의 노인과 아줌마들이 자전거를 끌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계단의 길이와 폭이 높아 상당히 힘겹게 올라가고 있음을 주목해보시길.>
거기다 더 심각한 건 계단사이가 비어있었는데 시험삼아 발을 집어넣어보니 적어도 내 무릎까지는 빠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어서 나도 모르게 아찔함을 맛봐야 했다.
여기서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거나 발이 빠지면 어디 한군데 크게 부러질 듯 보였다. 내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님을 알아주시길...
계단을 직접 오르내리면서 왜 경사진 완만한 길로 진입로시설을 만들지 않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2. 쓰레기 수거,쓰레기통 부재
어쨌거나 난 계단을 내려와 신도림방면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불과 3미터도 못가서 내 눈을 크게 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도림천에는 쓰레기가 둥둥 떠다녔던 것이다.
나는 처음엔 누가 이런 몰상식한 짓들을 할까 분개했는데 가만히 보니 도로변에 쓰레기통이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한마디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부재와 시설을 관리하는 관할구청의 무사알일한 행정이 합작해서 빚은 가관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물론 문제의 원인은 관할구청인 듯 싶다. 나 역시 콧물이 나서 휴지에 코를 풀고 쓰레기통이 없어서 어쩡쩡한 모습으로 20여분간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쓰레기를 무심코 버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가 양심없이 깨진 화분을 도림천주변에 버렸나 보다.>
<도림천수심이 얕은데다가 자전거도로와의 높이도 거의 차이가 없어 누군가 돌아다니다 신발을 떨어뜨리고(?) 간듯하다. 썩 보기가 좋지 않았다.>
<도림천에 떠다니는 쓰레기더미다. 이걸 본순간 그날의 산책기분은 싹 가시고 말았다. 실제상황은 사진보다 훨씬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래도 나는 쓰레기통을 찾아보려고 눈을 부릅떴는데 한 10분정도 걸어가니 쉬어가라고 나무의지가 하나 마련되어 있었고 바로 거기에 쓰레기통이라고 나름 배치놓은 것을 보고서 나는 정말로 기가 막히고 말았다. 이건 좀 심한게 아닐까. 쓰레기통은 다름없는 쌀포대를 그냥 의자에 달랑 매달아 둔 것이다. 자전거도로변 쓰레기통 배치는 아예 관심도 신경도 안썼다는 말인가. 이러니 도림천과 도로변에 쓰레기가 넘칠수 밖에...
<도로 중간에 배치한 나무의자와 쓰레기통이란다. 쌀포대로 쓰레기통을 달랑 하나 만들어놓으니 의자주변에도 신문지와 담배꽁초 ,캔커피로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이걸보니 나무 의자에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도 전혀 생기질 않았다.>
자전거도로왼편의 도림천이 너무나 지저분해서 도로오른편을 보았는데 오른편은 전철선로밑에 위치해서인지 더욱 관리가 안되어 있었다. 비가 온 뒤 배수로를 통해 물이 내려온 듯 짐작되는데 선로기둥마다 흙탕물이 고여 보기가 정말로 좋지 않았던 것이다.
3. 도림천과 자전거도로의 높이차가 없다.
주변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도림천은 해마다 여름철 비만오면 침수가 되어서 자전거도로는 전혀 쓰질 못한다고 했다. 왜 그런말이 나오는지 확인해보니 그 이유를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도림천과 자전거도로의 높이차가 거의 없었다. 일단 사진을 보시길..
<청소와 소화용수로 사용할 물을 보내는 배수로인데 물이 찰랑거리며 자전거도로와 불과 1미터도 떨어지지 않았다. 물을 퍼내는 전기펌프가 설치되어 있는지 감전위험표시와 수영금지표시가 있는데 겨우 바리케이트 세줄만 쳐놓고 이렇게 방치하면 어쩌란 말인가.>
<아이들도 이 자전거도로를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이 표지판을 신경쓰겠는가. 이건 정말 아무리 봐도 아니다!>
4. 신도림부터 대림구간까지 자전거진입로가 하나뿐이다?
아무리 걸어도 자전거진입로가 없어서 돌아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계단이 나타나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이건 처음 내가 진입했던 계단보다 더 좁고 중간에 꺾여있기까지 해서 도저히 자전거를 들고서 올라가고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혹자는 이 계단은 도보용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도보자보다 자전거운행자가 훨씬 많이 다닌다는 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천지인데 자전거진입로가 이렇게 없어서야 대체 어디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진입로를 찾아오란 말인가.
조금 더 내려가보니 안내판 표지와 돌다리가 있었는데 개천위의 쓰레기를 보고 나니 돌다리를 건너고싶은 마음 역시 싹 가셔버렸다.
5. 자전거도로 주변에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올 도로가 없다.
무슨 말이냐하면 자전거도로까지 자전거를 끌고 오는 분들이 생길수밖에 없게끔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자전거도로를 벗어나 일반도로변으로 올라와 보았더니 인도의 폭과 주변의 차량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도로로 들어오기가 정말로 쉽지 않았다. 내 앞에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셨던 아주머니들은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일제히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 모습은 나이지긋하신 노인분들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인도가 좁아서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끌고 나오기도 쉽지 않아보였다.
<일군의 아주머니들이 제대로 자전거 복장을 차려입고 자전거를 탄뒤에 자전거도로 계단을 올라와 일반도로에 서자 일제히 자전거에서 내려서 집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다.>
<노인분은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아주머니는 같은 도로를 자전거를 탔지만 옆의 자동차와 사거리의 모습과 대비되어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어르신과 차량의 물결들...자전거도로주변에도 자전거를 타고 올만한 길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도림천 자전거도로 주변은 자전거를 타게끔 해주는 여건들이 전혀 안되어 있었다. 서민들을 위한 공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좀더 주도면밀하게 주변의 상황과 조화를 이루고 최대한 자전거의 접근이 용이하게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도림천 자전거도로는 이런 점에서 전혀 납득할수 없는 모습으로 만들어졌고 운영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방치되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자전거도로를 다시 되돌아 걸어가는데 내 곁을 인라인스케이트를 탄 꼬마와 엄마가 지나갔다. 그 꼬마는 엄마의 손을 꼭 잡은체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그 오른편으로는 쓰레기가 떠다니는 개천이 보이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들이 손을 잡고 산책하는 정겨운 풍경과 오른편 도림천을 떠다니는 쓰레기는 정말 부조화의 극치였다.
<도림천 자전거 도로는 이른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계셨다. 그런데 저렇게 개천에 쓰레기가 떠다니고 방치된다는 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 들과 산을 마음껏 뛰어다녀서인지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무의식중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런 정서가 지금도 나를 온전히 지켜준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바로 지금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저 꼬마처럼 쓰레기가 떠다니는 개천을 보며 자라는 것이다. 저 꼬마는 쓰레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서민을 위한 자전거도로가 진입로부터 철제계단으로 되어있어 자전거를 들거나 끌고 다녀야만 하고 발이 빠져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면...도로변에 쓰레기통도 하나 없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게 되고 도로와 하천의 높이가 비슷해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툭하면 도로가 침수가 된다면...그리고 자전거도로가 주변도로와 아무 관련성이 없다면...이런 자전거 도로가 서민을 위한 것일까...아님 이것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일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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