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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시사 평론

화려한 휴가가 한국영화의 미래일까.

by 네 오 2007. 7. 29.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느낀 안타까움

 

 

2007년 초반부터 극장가에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위세가 실로 엄청나다.

"300" 을 시작으로 "스파이더 맨3" ." 트랜스 포머" , "헤리포터 시리즈" , "다이 하드 4.0" 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공세속에 한국영화계는 위기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할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게 힘든 때에 가뭄에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 모처럼 들려오고 있다.

극장가에서 무려 13주만에 "화려한 휴가"가 주말 예매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영화계와 언론에서는 침체된 한국영화의 현 상황을 "화려한 휴가" 가 반전시켜 주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실미도" 에 이은 광주 민주화항쟁이라는 우리들의 너무나도 아프고 비극적인..그리고 지금까지도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형의 역사를 영화화시킨 "화려한 휴가"의 모처럼만의 선전(?)은 좋은 면으로 본다면 한국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것이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광주민주화항쟁같은 굵직한 역사적문제들이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해결이 안되고 있으며 ( 합천군 일해공원 소동을 보시길!^^* )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직도 오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  그리고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27년이나 지난 과거사에서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뿐이다. 역사는 우리들의 삶의 기록이다. 그런데 "화려한 휴가 "는 그 역사를 박제로 만들어버렸다. 무슨말이냐 하면 유감스럽게도 이 영화가 광주의 역사적의미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단지 슬프고 비극적인 정서만이 남아있을뿐...!  치유되지 못한 역사 과거의 역사 "화려한 휴가" 가 한국영화계나 언론이 주목하고 모처럼 사람이 몰리는 한국영화가 되는 것이 내게는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이다.

한국영화계는 조폭물과 코미디물에 이어 언제까지 과거의 아픈 역사들..그것도 아프고 치유되지 못한 역사들로 한국영화를 채우고 버티려고 하는 건지...!   "화려한 휴가"가 한국영화의 미래인가? 오늘 내가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여러분은 왜 영화를 보러 가는가?

친구나 애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틀에 박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정신적인 휴식과 즐거움을 영화를 통해서 얻고자 함이 아닌가.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바램을 일정부분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영화가 끝난후 극장을 나서면서는 영화를 보고 난후의 흥분과 감동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가 정말로 흥행하려면 우리의 정서에 깊이 부합할수록 그 영화는 소위 대박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내 개인적인 얘기를 조금 하자면 나는 광주민주화운동당시에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광주에 살았었고 뭔가 알수 없었지만  굉장히 무서웠었던 기억으로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제대로 알수 있었던 건 서울에 올라와 대학에 들어간후 광주의 역사를 기술한 책과 동영상을 통해서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며 몸서리쳤고 몹시도 잔인하고 부도덕한 전두환과 군사정권에 대한 적개심을 비로소 불태웠었던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광주민주화운동같은 역사적 사건은 한 개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시대적 상황과 요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 사건현장에 있었던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훗날에 찬찬히 그 사건의 의미를 여러모로 살펴야 하는데 영화 "화려한 휴가"는 이 문제를 개인들의 아픔이라는 극히 한정된 영역으로 축소시켜버리고 말았다!  애초 영화화하기에는 너무나도 무리가 컸던 소재라는 생각을 영화를 보며 절감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교과서나 사회적으로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 27년전의 역사를 이제서야 영화화한다니..! 아무래도 좀 불편했다!

 

니를 포함한 현재의 대다수의 젊은 우리들!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 솔직히 우리 모두는 과거의 한국의 아픈 역사를 속속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깊이 공감하지도 못한다. 그나마 당시를 기억하는 나같은 경우도 오랜 기간의 학습과 역사에 대한 가치를 정립함으로써 겨우 나의 기억속의 광주를 온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한국영화가 조폭이나 코미디물을 거듭 재탕한다고 많은 분들이 비판하고 있는 줄 안다. 그러나 거기에는 광주와 같은 아픈 역사는 없었다.

다만 군사문화와 권위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한국과 같은 조직사회에서 조폭이라는 극도의 위계사회는 일정부분 우리 문화를 풍자한 측면이 강했었고 사회적으로 권위있는 인물들의 망가지는 모습속에서 대리만족을 했기 때문에 그런 영화들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그게 한국영화의 매력인 것이다.

 

반면에 2007년 초부터 국내에 개봉된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보자.

"화려한 휴가"처럼 과거의 치유되지 못하고 제대로 조명받지도 못한 아픈 역사도 아니고 지겹도록 재탕하는 조폭,코미디물도 아니다. 헐리우드의 영화들은 일상에 지친 우리들의 정서적 욕구를 너무나도 잘 채워주고 있다. 현란하고도 거의 창조의 수준에 가까운 특수효과와 흥미로운 볼거리들... 각 영화마다 너무나도 다양하고 색깔이 확실한 소재와 영화가 끝난 후 우리의 가슴과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 영화속 이미지등은 헐리우드만의 독특한 힘이다. 최근에 칸영화제에서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유명해진 영화"밀양"이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영화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애국주의적 해석들이 너무나도 불편했던 이유는 "밀양"이 쉽게 공감하고 누구나 즐길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밀양"이 아무리 유명해져도 천만관객을 모으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애국주의에 호소하기에는 "밀양"이 너무 어려웠다는 증거이다.

요즘 극장가에서 개봉되는 심형래의 디-워를 비판하는 분들에게 많은 이들이 비난을 하고 있지만 영화가 재미없으면 자연히 안 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애국주의만으로 천만관객의 영화가 탄생하지는 않는 것이다. 한국인이 만들고 대작영화라면 무조건 봐줘야 하는가. 디-워도 마찬가지이다. 심형래 지지자들은 좀 신중해지길 이 글을 빌어 부탁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화려한 휴가" 가 한국영화의 미래가 될수는 없다고 나는 주장한다. 나는 한국영화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헐리우드의 발전과정을 관찰하고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헐리우드 영화사를 간략히 소개하고 틈틈히 대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지금의 헐리우드도 1920년대까지는 이른바 판박이 영화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한국영화의 조폭,코미디물의 재탕처럼 말이다.

헐리우드가 근본적으로 위기를 맞게 된 건 1950년대초부터 등장한 텔레비전으로 인해서였다.

TV는 영화와는 달리 공간적인 한계도 훨씬 덜하고 인기드라마등을 통해서 영화가 갖는 일회성의 제약도 해소함으로써 대중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런 절대적인 위기는 헐리우드로 하여금 제작방식의 일대변화를 가져오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작은 TV브라운관에서 보여줄수 없는 웅장한 스케일의 화면으로 오락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러한 규모의 확장은 스펙터클 대작이라 불리웠으며 최근에는 블록버스터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치솟았고 고유한 소재의 발굴과 광고 ,홍보를 한 영화사가 모두 떠맡을수는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헐리우드 대형영화사들은 영화의 제작,시나리오,홍보와 같은 각 부문을 철저히 분업화시키고 외주제작사나 하청업체에 분산해서 영화를 전담하게 함으로써 독특한 협력체제를 구축한다.

 

바로 여기에 한국영화가 배울점이 있다. 지금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외주제작사나 하청업체의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가. 영화를 만드는 스텝진들의 처우개선은 한국영화의 질적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조건인 것이다. 특히나 지금의 위기상황에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수 있다.

 

헐리우드의 대형영화사는 자체제작을 줄이는 대신 배급망을 장악하고 외주독립제작사에게 종자돈을 대주고 영화가 완성되면 극장에 상영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현재 전세계 영화의 배급망은 헐리우드가 70여년동안이나 독점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민감한 배급망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같다. 현재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는 극장점유율에서도..즉 배급망면에서도 압도적이다. 가뜩이나 모든 면에서 열세인 한국영화의 스크린쿼터 폐지는 한국영화를 고사시키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막강한 자본력과 80여년에 걸친 분업화체제를 구축한 헐리우드의 공세앞에 우리는 너무나도 쉽고 성급하게 스크린쿼터 폐지를 함으로써 한국영화의 자생력을 크게 떨어뜨린 건 아닌지 묻고 싶은 것이다.

 

또한 헐리우드는 미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테러영화나 전쟁영화에서 사용되는 전투기나 항공모함같은 엄청난 장비는 미국방성이 공짜로 헐리우드에 임대하고 있으며 영화속에 알게 모르게 미국의 정당성과 이념을 주입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사회에서도 논란거리인 것이다.

헐리우드가 미국방성의 지원을 받아 만든 영화중 몇편을 나열하면 "탑건, 붉은 10월, 어퓨 굿맨, 긴급명령, 007 골든 아이, 에어 포스원, 아마겟돈, 롤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007 어나더데이, 300 "등이 미국방성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대표적인 영화이다. 이런 헐리우드와 미국방성의 친밀한 관계는 세계2차대전당시 헐리우드가 전쟁홍보영화를 만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국영화의 발전에 정부의 지원이 지금보다 몇배 절실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미국처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이는 현재의 한국영화의 위기상황은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문화산업...좁게 말해서 영화는 물리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경험과 정서,상상력을 상품화하고 예쁘게 포장해서 우리들에게 다시 공급하는 특수한 상품이라고 말이다.

한국영화계는 헐리우드처럼 과거의 치유되지 못한 아픈 역사 "화려한 휴가" 가 아닌 현재의 우리... 더 나아가서 세계인들이 공감할수 있는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모델을 빨리 찾아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화려한 휴가가 아닌 심형래의 디-워가 한국영화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영화의 미래는 과거의 아픈 역사가 될수는 없는 것이다. 역사는 영화가 아닌 교육과 정치에 맡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