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거 뉴스]/생활 & 문화

미국 여성은 성추행에 어떻게 대처할까

by 네 오 2009. 5. 19.

여러분은 바바리 맨이나 여자에게 성희롱 혹은 성추행을 시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그런 경우에, 해당 피해 여성은 통상 어떻게 대처를 하던가요? 또한 여러분들은 그런 상황을 만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면 대답은 실로 여러가지가 나오겠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 여성들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거나 두려움 혹은 공포, 수치심등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글쓴이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여성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까요? 전편의 포스팅(더럽기로 소문난 뉴욕 전철, 그럼 LA 전철은?)에서도 잠시 언급하였었지만 필자는 일부러라도 메트로 버스나 전철을 종종 이용함으로써, 사전에 의도하지 않았거나 계획하지 못했던 뜻밖의 사연들을 그동안 여럿 접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버스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시도하는 정신나간 남자에게 미국 여성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목격한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어서 오늘은 그 중에 한 사연을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작년 가을의 일입니다. 필자는 메트로 버스를 이용해서 헐리우드를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버스 안에서 약간 맛이 간 것처럼 보이는 한 남자를 보게 되었던 겁니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히스패닉 계열 같았는데, 정말 꾀죄죄한 짙은 녹색의 점퍼에다가 길다란 더벅 머리에 찐빵 모자를 눌러써서, 한눈에 봐도 그리 호감가는 인상은 결코 아니었는데 거기에 한 수 더떠 연신 횡설수설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당시 글쓴이는 그를 보면서 미국에도 이렇게 정신이 약간 나가버린 인간들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알게 모르게 그 남자의 행동을 가만히 눈여겨 보았었는데요. 

  그렇게 버스가 얼마가지 않아서 한 백인 여성이 버스에 올라타면서 사단이 생겼습니다. 글쎄 이 정신나간 인간이 해당 여성의 바로 앞 자리에 가서 앉더니만, 연신 입에 담지 못할 음란한 단어와 얘기를 늘어 놓으며 여자에게 자기 무릎에 앉으라는 둥 자기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거시기(?! 이 부분은 너무 민망해서 지면에 차마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그냥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를 해 달라는 겁니다. 이건 누가 봐도 성희롱의 단계를 넘어 성추행에 해당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더군요.

  이쯤되자 해당 백인 여성도 내심 불쾌함과 함께 수치심을 느꼈는지 얼굴이 붉은 빛으로 변하고 살짝 상기되면서 잠시동안 아무 말도 안하더군요. 그러다가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이 여자가 그 남자에게 이제 그만하라며 차분하게 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가 몇 차례에 걸친 여자의 제지와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음란한 소리와 제스쳐를 계속하자 이 백인 여성이 어떻게 한 줄 아십니까...?


  바로 자신의 핸드백 속에 들어있던 작은 Pepper Spray(좌측 하단 사진)를 꺼내 그 남자의 얼굴을 향해 겨누고, 다른 손으로는 아주 침착하고도 차분하게 셀폰에 있는 카메라로 그 남자의 해괴망측한 행동을 촬영한 뒤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이상한 포즈를 취하며 정신이 약간 나가 보였던 이 남자가 금방 순해지고 멀쩡한 모습으로 변하더니만 바로 다음 역에서 황급히 내리더군요...

  당시 글쓴이는 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던 이 광경에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었고, 나도 모르게 미국 사회에서는 필자도 이민자 중 하나라는 인식도 크게 작용해서 숨을 죽이며 그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버스 내에 다른 미국인들의 반응이 상당히 의외였다는 사실입니다. 한 여자가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눈 앞에서 성희롱이나 추행을 당한다면, 한국 사회에서는 분명 누군가가 제재를 하거나 뭐라고 할 법도 한데 이들은 그런 내색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그 남자가 버스에서 내리자 그제서야 해당 백인 여성에게 미친 인간이니까 신경쓰지 말고 잊어 버리라는 식의 얘기만 한 두마디 건네고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버스 승객들 모두가 너무나도 태연한 겁니다.

  글쓴이는 당시 그들의 이런 모습에 일종의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서 한국인과 미국인간에 사고의 차이가 있고 이질적이라는 느낌과 생각만 하며 미처 깨닫지 못했었지만, 시간이 지나 이 일을 곰곰히 되돌아보고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언론이나 각종 매스컴의 성추행, 성희롱 관련 소식들을 종종 접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미국 사회를 좀더 깊이 관찰해보니까, 이런 부분에서도 미국과 한국간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느꼈는데,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한국 사회같으면, 전철이나 혹은 공공장소에서 여자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통상 어떻게 하던가요? 분명 은밀하게 혹은 특정한 장소나 위치에서 주로 그런 일들을 벌이곤 하지요? 그들이 아무리 대담(?!)하다고 해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집단주의적 사고가 매우 강한 한국 사회내에서 정말 많은 이들이 모이는 버스나 전철내에서 공공연하게 소리를 지르며 여성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시도하는 인간은 극히 드물 겁니다.

  그 반면에, 미국은 개인주의적 사고가 매우 강해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 벌어지면, 어지간해서는 관여하지도 신경쓰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또한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다보니 바로 이렇게 공공연하게 다른 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여자에게 큰 목소리로 성희롱적인 말을 걸고 민망한 성적 제스쳐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또한 그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는 여성들의 통상적인 대처법도 한국과 미국간에는 사뭇 다른 것이, 한국같으면 해당 피해 여성이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소리를 지르거나 표현을 해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하려는 상대방에게 무안이나 경고를 주거나 아예 무시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런 와중에서도 상당히 당황하는 내색이나 수동적인 모습을 취하며 두려움과 성적 수치심을 주로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 반면에... 

  법적, 제도적 처벌의 측면도 한국보다는 훨씬 강하지만, 왠만해서는 다른 이의 사생활이나 여타의 상황에 대해 관심 자체를 가져주지 않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사고가 팽배한 미국의 여성들은 타인의 도움이나 시선에 기대려고 하지 않으며, 그런 상황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두려움 등으로 인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면서 차분하게, 그리고 당당하고 적극적, 주체적인 모습으로 성추행자에게 대처하더라는 미묘하고 중대한 차이가 있더군요...

  결론적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통해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종류의 미묘하고 애매한 성적 범죄는 누군가가 지켜준다거나 혹은 사회적 여건을 탓하고 법적, 제도적 수순을 기다리기 전에, 여성 자신들 각자가 확고한 기준과 태도를 가지고 의연하고 강하게 대처해야만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개인주의 사회라고 하는데, 개인주의를 하려면 그만큼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해야만 하며 이것은 결국 정신적으로 그만큼 강해져야 한다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국 남성들이 하는 말 중에 한국 여자들이 많이 드세졌다고들 하는 얘기가 있던데, 필자가 보기엔 여전히 유교적,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성관념과 집단주의적 사고가 강한 사회이다 보니, 한국 여성들이 알게 모르게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러서는 누군가에 의지하거나 기대려는 부분들이 간혹 보이곤 합니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 여성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처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 여성들에게도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라고 글쓴이는 판단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떤 의견과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