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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시사 평론

김연아 신드롬, 업그레이된 권위주의

by 네 오 2009. 1. 8.

   참으로 말 많고 우여곡절이 많았었던 2008년, 그리고 새 해에도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한 줄기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한 살아있는 요정이 있습니다.

     

    동화가 아닌 현실속 그녀의 이름은 바로  김 연 아... 

                                                         대한민국 요정이라 불려도 전혀 손색없는 김연아의 모습  ⓒ구글 이미지 

 

   이 이름은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이며 각종 검색순위 1위를 달리고 있기도 하지요. 참으로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기량과 표현력으로 쟁쟁한 적수들을 제치는 당찬 모습들이나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평상시의 수줍고 해맑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사실 누가 봐도 사랑스럽고 매력이 철철 넘쳐서 지금처럼 희망이 안 보이는 한국사회내에서 과연 국민 여동생 혹은 김연아 신드롬이라는 현상을 만들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하지만 김연아 신드롬이란 사회적 현상이 또 다른 형태의 권위주의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 얘기를 중심으로 최근 몇년간 한국 사회에서 신드롬이라 불릴만한 인물이나 현상을 몇 가지 열거한 뒤 그것을 통해서 젊은 세대들의 의식과 태도가 진정 탈권위주의적인지 한번 냉정하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의 서두가 너무 장황하다고 여기시는 분들은 바로 김연아 신드롬이 또다른 형태의 권위주의라고 보여지는 이유라는 본론 부분부터 읽어보셔도 무방합니다.

 

   크리스마스 무렵의 일이니까 이제는 작년의 일이 되겠습니다. 제가 교회를 통해 알게 되어 주일마다 개인적으로 돌보아주는 슈나이어라는 여자아이의 할아버지인 에드워드의 초대로 우리는 저녁을 함께 하고 샴페인도 한잔하며 여러 주제를 가지고 담소를 나눈 일이 있었습니다. 이미 전편의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에드워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이며 그 후에도 한국에 여러차레 방문했었고 한국인들에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지닌 흔치 않은 미국인 중 한 명인데 그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한국방송 TV를 잠깐 시청하다가 김연아가 화면에 등장하니 에드워드가 제게 불쑥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종종 한국방송을 보는데 저 친구가 요즘들어 부쩍 한국방송에 자주 보인다며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모양인데 저 친구의 이름은 무엇이며 그녀가 그렇게 유명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피겨 스케이팅은 잘 몰라서 그녀가 얼마나 피겨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이는 아주 어려보이는데 얼굴이 정말 동양적으로 생겨서 더욱 신비로와 보이고 그래서인지 자신이 아는 왠만한 한국 여배우들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예쁘다고 연신 칭찬을 하더군요.

 

   저는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당신 말에 나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하고 한국에서 요즘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김연아라는 소녀이며 세대를 초월해서 정말로 많은 이들이 그녀를 좋아해서 한국사회에서는 김연아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말했더니 에드워드가 이러는 겁니다. 그녀가 어디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냐고요...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고 당신도 알다시피 미국경제도 어렵지만 요즘 한국은 환율부터 시작해서 경제전반이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라서 너도 인정하듯이 외모도 아름답고 피겨 실력도 세계적인 김연아라는 소녀를 보며 한국사람들이 나름 위안을 얻는 듯 하다고 설명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그녀가 유명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라고 해도 전도가 유망한 오바마 같은 정치인이나 사업면에서 크게 성공해서 부를 이룬 빌 게이츠같은 경제인 혹은 유명 영화배우, 가수도 아닌 단지 운동선수일뿐인데 그녀의 이름뒤에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붙일만큼 한국인들이 열광한다는 것은 자신이 보기에 조금 오버가 아닌가 생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가 여러 면에서 굉장히 보수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띠었던 것은 오래 전부터 자신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들도 과거와 별반 다를게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며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그렇게 샴페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 집에 돌아와서 그의 얘기를 가만히 곱씹어볼수록 그동안 제가 한국에 있을때 그토록 비판했었던 사회적 병폐와 김연아 신드롬이 맞닿아있음에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이 글을 올려야하나 갈등도 많았었지만 결국 송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설혹 이 글이 마음에 안드시더라도 하나의 의견차원으로 받아주시고 2009년인 새해에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여러분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사회의 모든 제반현상 ,특정인물을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본론: 김연아 신드롬이 또다른 형태의 권위주의라고 보여지는 이유

   한국에서 가장 권위적이고 위계 질서가 확고한 집단은 무엇일까요. 우리네 사회에는 참으로 많은 조직이 있지만 아마도 글쓴이의 짐작으로는 단연 조직 폭력배와 군대가 가장 위계질서가 확고하고 상명하달식의 명령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계급이나 직급이 낮은 사람이 상급자에게 항명을 한다거나 조직의 체계에 대해서 내부적인 비판을 가하면, 늘상 돌아오는 말이라는 것들이 네 까짓게 감히(!!!) 무엇인데 우리 큰 형님 내지는 oo 혹은 무슨 체계를 비판하는가이며, 속된 말로 까라면 까야지 왜 잔말이 많냐는 것이고 종국에는 여러 신상의 불이익을 시도하고 심한 경우에는 목숨까지 해치는 것으로 끝을 맺곤 하였지요.

 

   그런데 만약 항명을 시도하는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이를 설득하는 가시적 조짐들이 보이거나 ,비록 혼자이지만 확고한 가치관과 지혜,용기를 겸비해서 기존의 권위나 체계만으로는 도저히 그의 논리나 항변을 반박하거나 제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자신들이 모시는 인물 혹은 제도의 좋은 점들을 샅샅히 열거하거나 비판자의 인간적 약점을 잡으려 하거나 인신공격을 거침없이 시도하는데, 그 근본이유가 바로 권위주의라는 구시대의 유물에 자신들이 물들어 있거나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인물 혹은 질서에 깊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임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제가 왜 일견 구태의연해보이는 얘기를 하냐면 어떻게 인물이나 소재만 바뀌었지 매번 하는 말들이나 반응이란 것이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느냐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올 한해 우리는 00으로 인해 행복했고 가슴 뿌듯했으며 내가 한국인임에 자부심을 느꼈다는 둥 혹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우리들 곁에 있어 달라는 둥 이전과는 뭔가 차원이 다르며 아마 평생동안 잊지 못할 감동을 주었다는 등의 온갖 미사려구는 다 튀어나오곤 하지요... 그리고 반대로 00에 대해 혹은 어떤 현상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는 사람이 보이면 네가 감히 뭔데 00 혹은 무슨 현상을 비판하려 하는가라는 둥 혹은 그럴 자격이 네게 있냐는 둥 사고나 성격이 이상한 놈이라는 등등의 공격을 시도하다가 그래도 상대방이 굽히지 않거나 나름 논리가 있어 보이면 그보다 더한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을 시도하거나 심한 경우 개인적 프로필등을 공개함으로써 사회적인 매장까지 시도하는게 바로 여러분들의 모습 아니던가요.

 

  오늘의 주제인 김연아 신드롬 이전에도 최근  몇년간 한국사회에서는 신드롬이라 불릴만한 인물이나 현상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황우석 교수는 한때 한국인들의 우상이었으며 그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한국인임에 자부심을 느꼈다거나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얼마나 추켜 세웠습니까. 거의 신격화 혹은 우상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내부 고발자에 의해서 그의 연구결과가 사실은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MBC PD수첩을 통해서 방영되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나요... MBC PD(당시에는 개비씨라고도 합디다!) 네 까짓것들이 과학에 대해서 그리고 줄기세포에 대해서 무얼 안다고 감히(!!!)  우리나라 과학계의 상징이자 국보인 황우석 교수를 까냐며 바로 신상 차원(!)의 불이익인 광고 중단 운동까지 벌이지 않았던가요. 그러다가 줄기세포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생물학도들의 모임인 BRIC을 통해 과학적인 반박들이 터져 나오고 뭔가가 잘못되었음이 속속 드러나는 와중에도 기성 언론인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 사람들은 황우석을 비호하고 비판자들을 욕하며 도무지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황우석 교수 ⓒ구글 이미지 

   문제는 위에 박스에서도 언급했었지만 한국 사회가 비단 황우석이라는 한 인물에게서만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내용이나 인물의 이름만 바뀌었지 이런 현상들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는 것입니다.

 

  심형래라는 바보 개그의 달인이 어느 날 미국에서 수 백억원을 유치해서 SF 환타지 영화인 디-워라는 영화를 선보이자 한국의 젊은 세대는 또다시 달아오르더군요. 당시에 몇몇 영화 평론가와 감독들이 디-워가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참으로 많은 영화이며 그다지 볼만한 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에 대해서 심형래 씨가 과거 자신은 충무로에서 항상 소외자였었다는 식의 반대급부적인 얘기를 꺼내자 마치 불붙인 휘발유마냥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더니만, 디-워에 대해서 혹평을 했던 영화 평론가와 몇몇 감독들의 블로그나 홈 페이지를 마구 어지럽히고 인신공격을 가하고, 디-워를 보고 나서 조금이라도 별로였다고 말하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마구잡이로 공격을 쏟아내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들이란 것들이,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디-워만한 영화가 있었냐는 둥 충무로의 영화 평론가란 것들은 입만 까져서 남을 비평할줄만 알았지 죽었다 깨어나도 심형래 감독처럼 큰 돈을 투자받아서 영화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온갖 악담들은 다 쏟아내지 않았었습니까. 급기야 디-워 광풍은 대표적인 토론 프로그램인 손석희의 100분 토론까지 가게 되었고 당시 영화 디-워와 심형래 씨에 대해 광적인 조짐을 보이던 이들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던 진중권이란 논객은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에 시달렸었지요. 

  

                                                                       영화 디-워의 한 장면 그리고 심형래 감독ⓒ구글 이미지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정말로 민감한 주제였던 쇠고기 협상이 너무나도 허술하게 다루어졌다는 내용이 참으로 묘하게도(!!!) 또다시 MBC PD수첩을 통해 방영된 후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불만을 품은 많은 분들이 거리에 나와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친이명박 성향의 조중동같은 기성언론들은 촛불을 폄하하였으나 이곳 인터넷이나 한겨레,경향같은 진보성향의 신문들은 촛불 집회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현상이라며 극찬을 쏟아내고 집단지성주의라는 둥 새로운 시대의 정치대안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둥 온갖 미사려구는 다 동원하여 촛불의 정당성만을 거듭 강조하더군요...

 

 

 

 작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집단 지성주의라는 극찬도 있었으나 그 내면에는 전체주의적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측면이 보여서 심히 불편했었다.  ⓒ 구글 이미지 

 

   당시에 촛불에 대해 점점 회의적이 되었었던 저같은 이들은 엄청난 인신공격과 인간적 모욕을 감수해야 했음은 물론이고, 1인 시위를 벌이던 모 대학교의 경제학도에 대한 공격들, 그리고 개그 우먼 정선희 씨의 촛불집회에 대한 발언을 문제삼아 마녀사냥을 시도함으로써 결국 그 여파로 매출이 줄어 사업이 위기에 처한 그녀의 남편 안재환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내몰지 않았던가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많은 분들은 안재환의 자살과 정선희 발언에 대한 자신들의 공격은 전혀 별개라고 항변하시겠지만 그의 자살에 촛불의 정당성만을 강조하며 정선희에게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았던 여러분들의 처신이 일정부분 악영향을 끼쳤다는 쪽에 저는 심정적인 한 표를 던지고 싶네요.

 

   그런데 김연아라는 소녀에 대해서도 여러분들은 또 그런 식으로 반응을 하시더군요. 여러분들이 이루지 못한 혹은 갖지 못한 어떤 좋은 점을 그녀에게서 발견하고 감탄하는 것까지는 아주 좋은데 한수 더 나아가서 그녀를 한없이 미화하고 어떠한 비판이나 개인적,인간적인 우려조차 용납하지 않으려 하는 집단적이고 전체주의적인...다른 말로 파시즘적인 모습들 말입니다.

 

    김연아라는 어리디 어린 소녀가 실력도 탁월하며 외모 또한 출중하니 많은 이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나, 그렇게 집단적으로 열광을 한다고 해서 여러분들의 삶 또한 덩달아서 크게 바뀌나요. 혹시 지금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어린 학생들이나 운동을 업으로 삼으려하는 젊은이들이라면 그녀를 인생의 귀감으로 삼을수도 있겠으나, 그냥 다른 분야의 일반인들이 도대체 그 나이 어린 소녀에게서 인생의 영감을 받으면 얼마를 받을 것이며, 그녀로 인해서 생활이 바뀌면 또 얼마나 바뀔까요... 

   

   너무나 희망이 없어서 그나마 위안으로 보신다고요...

   그런 분들에게는 원래 삶이란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희망보다는 고통과 절망이 많은 법인데 굳이 누군가를 혹은 어떤 현상에 필요 이상으로 골몰하고 정당성이나 의미를 끊임없이 부여하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는 모습들이 여러분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당사자인 김연아 양에게도 결코 발전적이지 않다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결론

   흔히 말하길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과거 유교적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일체의 구태를 거부한다고 하지만 실상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권위주의 사회의 기풍이 무의식중에 깊이 자리잡은 나머지 자신들이 부정했던 유교적,사회적 권위주의 대신에 특정한 인물이나 현상을 올려놓고 나름의 정당성과 염원들을 겹겹히 투영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권위주의를 끊임없이 재생산하지 않는가라는 것이 오늘 글의 주제이며 2009년인 올 한해에는 누군가에게 혹은 특정사상이나 사회현상에 열광하여 정당성이나 미화를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우선 자기 자신을 냉정히 돌아보고 집중하며 진정 여러분 자신을 변화시키는데에 삶의 에너지를 집중하시기를 바라면서 역시나 길어져버린 오늘의 글을 마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