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걱정에 회식 마다하고 퇴근한 아빠
최근에 벌어진 아동에 대한 일련의 성범죄및 유괴, 살해소식은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을 크게 불안하게 하고 걱정에 잠기게 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도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는 사례를 두어번 블로거뉴스에 송고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경우를 보게 되어서 여기에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엊그제 글쓴이는 영어 주문을 받지 못한 아르바이트를 비웃는 여대생 에 관한 글을 통해 우리사회의 비정상적인 영어 열풍을 비판했는데 당시에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며 호프집에 동행하지 않고 먼저 퇴근한 회사 동료가 한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그에게서 생각할만한 얘기가 나왔던 겁니다...
어제 점심 무렵 그 친구와 밥을 먹으며 전날 호프집에서 보았던 네가지없는 여대생 얘기를 하며 그 상황을 같이 보았다면 아마 글쓴이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거라고 참 아쉬웠다는 말을 하니까 이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작년 이맘때부터 자신의 와이프도 직장을 다니다보니 소위 맞벌이 부부가 되었는데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한명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맞벌이 가정이 흔히 그렇듯 아이가 학원을 갔다가 돌아와서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그럴때마다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는군요...
가뜩이나 어제는 자기 와이프가 회사에 일이 있어 조금 늦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이라도 일찍 퇴근을 했어야 했다며 씁쓸하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동료에게서 그런 말을 듣게 되자 글쓴이도 괜히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글쓴이가 공감을 표하며 가만히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요즘 사회 분위기가 하도 흉흉해져서 그전에도 자주 강조했었지만 근래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에게 여러가지로 신신당부를 하는 사항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얘기를 하는데 그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선 학원에서 돌아와서 부모님이 아직 퇴근을 못해서 집에 아무도 없을때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우 남들에게 보이지 말고 서둘러서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기라든가 집에 아무도 없어서 열쇠를 열고 집에 들어갈때도 항상 가족이 있는 것처럼 학교 다녀왔어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들어가기 등등의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아침에 부부가 출근을 하게 될때에도 실내조명을 항시 켜두는데 빛이 있으면 꺼졌다가 빛이 사라지면 저절로 켜지는 자동조명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보통 유괴범들이 평상시 집에 부모가 없거나 이런 이유들로 혼자 집에 가는 아이를 노린다고 생각해서 예방차원에서 그렇게 바꾸었다는군요...
그에게서 이런 말까지 듣게 되자 글쓴이는 더더욱 요즘 사회 분위기를 다시한번 실감했습니다.
그 회사 동료는 글쓴이에게 이런 말도 했습니다.
요즘엔 학교나 학원 수업때문에 친구를 사귈 시간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부모가 없는 집에 친구를 초대해서 지내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것도 가급적이면 하지 말라고 교육을 시킨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그말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더니 이런 대답이 나오더군요...
우리네 어릴적 모습을 떠올려보면 어쩌다가 집에 부모님이 집을 비워 아무도 없으면 친구들에게 오늘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고 사방팔방 광고(?)를 하고 방과후에 집에 오는 길에서도 부모님 없는 집에 가서 무얼할까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하면서 가는게 일반적인 아이들의 심리라며 이런 부분에도 조심을 시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글쓴이는 그의 말을 듣고 요즘 학원이다 뭐다 해서 친구를 사귈 시간도 없는 아이들중에 부모가 맞벌이를 해서 집이 비어있는 경우엔 친구도 마음대로 초대하기가 힘들어지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어쩌다가 이 사회가 이렇게 각박한 곳이 되었나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 블로거뉴스에 방과 후 학교앞을 지키는 엄마들 이라는 글을 송고해 요즘의 불안한 세태를 걱정했던 글쓴이의 입장에서는 더욱더 그의 말들이 마음에 팍팍 와닿아서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방과후 학원에 가는 길이나 학원 수업이 끝난후 집에 돌아올때 맞벌이가 아닌 다른 가정의 경우처럼 엄마가 마중을 나가지 못해 여러모로 걱정이 많겠네... 라고 물었더니 이 친구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떡이더니 하는 말이 "사실 요즘 그 문제로 와이프와 계속 언쟁을 벌이고 상의를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았어...아이를 생각하면 당장 애 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어야 하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현실적으로 적금이며 보험에 늘어가는 아이 학원비에다가 내 집마련 자금을 준비하다보니까 돈이 들어갈데가 정말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한창 일할 지금 시점에 한푼이라도 부부가 함께 돈을 모아두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라고 말하면서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정말 이런 문제만이라도 신경 안쓰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서 글쓴이도 저절로 한숨이 나오고 시간이 갈수록 답답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우리네 사회에서 외환위기이후 평생 직장이란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며 언제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정에서 살림을 하던 주부님들중에도 가정형편에 보탬이 되고자 부업을 하거나 맞벌이를 선택하는 가정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이런 식으로(!) 아이들 걱정까지 더해지면서 맞벌이 부부가 바깥에서 일을 해도 마음이 항시 편치않고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은연중에 방조하거나 방치하는 사회가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글쓴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문제는 개인이나 가정이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며 분명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깔려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사회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그리고 어떤 사회가 펼쳐질지를 생각하니까 글쓴이는 점심 식사후 마시는 한잔의 커피맛이 이날따라 유난히 씁쓸하던데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